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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많았었다. 커갈수록 희미해진다. 나를 잘 모르겠는 요즘이다. 그저 시간만 흘러간다. 의미 없는 대화들이 떠돈다. 낭비되는 시간을 줄인다.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그러나 머릿속의 생각들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실뭉치가 온통 꼬인 것 같다. 글이 조금씩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기억력이 좋지 않다. 금붕어만큼은 아니지만, 붙잡지 않으면 내 기억들은 그저 흘러간다. 손으로 모래를 잡는다. 대부분의 모래가 손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손금에 남는 모래들이 내 기억이 된다. 손에 남는 모래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래서 글을 쓴다.

사실 글쓰기는 번거롭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듣기. 그리고 기록하기. 그리고 흔적 남기기. 흔적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 그러나 때론 흔적을 마주하는 것이 낮부끄럽다. 기억의 왜곡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겁이나서 자주 도망친다. 이 겁쟁이를 마주하게 한다. 그렇게 나를 만난다.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나다움을 찾는 것을 넘어서 만들어가고 싶다. 이 여정에서 글쓰기는 동반자다. 내 짝꿍. 앞으로도 잘 부탁해.

(2.9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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