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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부라면 너무 진부할까. 그래도 포부라 하자. 진부하더라도 지지부진해지는 걸 방지하도록. 쓸까 말까 했던 글이 있다. 공유 안 하더라도 쓸걸. 그때 쓸 수 있었던 문장이 있었겠지. 그건 다 지나갔다. 그럼, 지금 쓸 수 있는 문장도 있겠지. 그것도 지나가고 있다. 지나가는 걸 잡아채서 키보드에 문지른다. 기로에 서 있다는 느낌. 연말에 종말을. 인간을. 인간이 앉은 자리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자리는 권력이다. 저 자리에 앉으면 나는 어떨까. 어쩌면 이 고민은 늘 따라다니겠지. 나는 늘 나를 의심한다. 나를 의심하지 않는 사람도 의심한다. 사람이 놓인 상황도 의심한다. 이게 범죄를 옹호하는 일이 되면 안 되겠지. 상황 탓. 다만, 상황은 늘 있다. 상황 없이 사람이 있을 순 없다. 카페에서는 난 손님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고. 지하철에서는 난 승객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고. 거리에서는.
거리로 나온 사람들. 자신이 소중하다고 믿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일상의 일부를 놓아두고. 미뤄두고. 연말인데. 날 좋은데. 동시에 추운데. 추워서 시린데. 서로가 서로를 믿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 몸짓. 못 본 척할 순 없다. 보이니까. 보고 듣고 해서 내 생각을 정립하는 일. 이럴 때일수록 무기력해지지 말자고. 그건 너무 쉽다고. 그 자리에 앉은 인간들이 바라는 일일 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굴러가는 세상.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굴러가는 세상이 오기 전까지는 움직여야지. 입장을 정했다. 글을 공유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쓰긴 쓰겠지.
여기 모각글에서도 쭉 쓰겠지. 행복한 새해. 맞이하기를. 다들 복잡 착잡 암담하겠지만, 이것들을 모두 외면할 수 없지만. 약속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지금 꾸리고 있는 일상을 놓지 말 것. 늘 돌아올 자리를 만들어 둘 것.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할 수 없는 일을 못 했다고 탓하지 말 것. 귀를 열 것. 손을 뻗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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