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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라 하기 전에, 어디까지가 글일까 생각해봤다. 짤막한 메모. 포스트 잇에 끄적인 단어 몇 가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 카톡 메세지 하나. 나는 이 모든 것이 글이 될 수 있다는 주의다. 내 삶에 영감이 되고, 모르는 새에 내 마음에 새겨져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두고두고 꺼내보게 된다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좋은 글이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유명 작가들은 코웃음 칠 수도 있다. 책 하나를 내기 위해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는 줄 아냐며. 정확하고 정교하게 짜는 것, 그것이 글인데. 그래도 나는 자연스러운 것을 사랑하고 싶다. 되려고 하는 것보단 어느새 되어있는게 좋다. 책 써야지! 하며 책상에 앉아 각을 잡아 쓴 글보단, 마구잡이로 써놓은 알아보기 힘든 낙서 같은 것이 좋고. 그리고 그 속에서 진주를 발견 했을 때, 자리에서 우후죽순 써버린 시가 좋다. 이유는 딱 하나다. 그 진주가 잊혀지질 않아서. 스쳐지나 갈 뻔 했지만, 잡아 버린 나에 취해서. 내가 쓴 글 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스쳐 지나가듯 적은 메모, 나에게 보내준 메세지, 배달음식을 받고 영수증에 적혀있는 따듯한 메모 하나. 그 모든 것은 나에게 진주가 된다.

엄마의 글이 그랬다. 우리 집이 꽤나 힘들었을 때, 엄마의 눈물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나는 자라고, 엄마는 작아진다. 딱 그 시절이였다. 호기심이 발동해, 엄마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친구와 나눈 카톡에는 "엄마 보고 싶다." 라는 메세지를 보내 놨더라. 머리를 한대 맞은 듯 했다. 엄마도, 엄마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였지. 지지고 볶고 해도 나는 엄마를 마주할 수 있지만,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돌아올 수가 없구나.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글이였다. 그리고 저 메세지 하나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내 삶에서 메아리처럼 맴돈다.

짧은 한 줄이였지만, 좋은 글의 형태가 이렇다. 좋은 글은 한 줄도, 열줄도 나와 어떤 식으로든 마주한다. 나의 가치관을 흔들어 놓거나 정립하거나. 그리고 그것을 발견해 살을 붙이면 그것이 좋은 글을 넘어 잘 쓴 글이 된다. 좋은 글은 그렇게 깊은 파동을 일으켜 누군가를 움직이게 만든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툭 던진 글 하나가 그 사람 마음에 콱 박혀 새겨져 있기를. 혹은 나의 글을 보고 또 다른 잘 쓴 글이 탄생 하기를. 부자연스러운 것보다는, 악을 쓰고 무언갈 하기보다는, 그저 모든 것이 따라왔으면 한다. 책을 집어 책상에 가져오지 않아도 마음 속에서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글.

(6.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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