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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귀찮게 한다. 이토록 게으른 날 움직이도록 조종한다. 생각하게 만든다. 좋은 글은 나에게 변화를 준다. 그것이 내 입꼬리를 피식 올리게 하는 미세한 변화일지라도.
"일기는 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가장 치열하게 듣는 행위인데. 내가 내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엄청난 청력이 필요하다." - 문보영의 「일기 시대」 중에서
이 구절에 감명 받아 기록을 시작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 노력한다. 여전히, 꾸준히, 앞으로도 할거다.
"나 역시 만취해도 샤워나 출근 등 기본적인 것을 거르지 않아, 과하고 유쾌한 애주가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술로 담근 인간 피클일 뿐이었다. " - 정지음의 「젊은 ADHD의 슬픔」 중에서
말 맛이 살아있다. 비유가 맛있다. 웃으라고 노린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웃음은 자꾸 새어나온다. 내가 하는 말들도 싱싱하게 펄떡이길 바라게 되었다. 그래서 놀이를 만들었다. 끝말잇기 변형 놀이다. 우선 시작단어를 정한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들을 쏟아낸다. 끝내고 싶을 때 끝내면 된다. 지금은 거북이로 정해보겠다. 그리고 거북이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쏟아낸다. 바다, 플라스틱, 콧구멍, 맹구, 하트장인, 생활의 달인, , , 끝 단어인 생활의 달인과 시작 단어인 거북이로 문장을 만들어보거나 비유를 만들며 노는 거다. 도움이 되는진 모르겠다. 그치만 앞으로도 할 것 같다.
"신비한 존재가 나타나 세계에 지나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하면 사람들의 손발이 항상 따뜻하게 해달라고 빌 것 같다. 그다지 부작용은 없고 괜찮은 소원 아닐까?" - 정세랑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는 없어」 중에서
내 마음 속에 다정을 가득 붓는다. 작가의 시선이 닿는 곳이 따뜻하다. 나도 그런 온도의 시선을 갖고 싶다. 콩깍지를 애인에게만 씌우지 않겠다 다짐했다. 앞으로 내 콩깍지의 대상이 지구만큼 커지길 바라며 인류애를 잃지 않으려 애쓰게 되었다. 앞으로도 쭉 애쓸거다.
앞서 언급한 글들이 날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쉽게 읽혔다. 난 쉬운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재밌어야 한다. 재미없는 글은 끝까지 안 읽는다.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에 돌진하면 행운인거다.
(5.6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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