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도둑질
꿈은 어딘가에서 날아온 꽃씨처럼 소리소문 없이 피어났을 때 비로소 꿈이다. 어쩌면 어릴 때 반복적으로 받은 질문 탓에 우리는, 꿈을 목표와 혼동하는지도 모른다. 목표가 지점으로써 존재한다면, 꿈은 장면으로 존재한다. 영화로 말하자면, 목표는 어느 만큼의 관객수를 동원할지, 얼마의 수익을 창출할지 등의 구체적인 ‘수치’를 다루는 이야기다. 반면 꿈은 미술을 논한다. 어떤 분위기의 장소, 어떤 색깔과 질감의 의상, 또 어떤 종류의 소품에 둘러싸인 주인공…. 즉 나를 상상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훌륭한 목표와 근사한 꿈, 어울리는 수식어도 각각 다르다 –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 중에서
어떤 단어들을 조합했을 때 조화로운지 아는 사람 같다. 단어 하나를 세심하게 분석한다. ‘반짝’을 말할 때 받침 ㄴ을 도움닫기 삼아 짝하고 내뱉는 발음이 무언가 빛에 닿아 튕기는 듯하다고 말한다. ‘찬란’은 찰-란‘으로 ㄹ이 연이어 발음되는 것이 파도 능선처럼 이어져, 햇살이 닿은 물결 같다고 한다. 온 감각을 곤두세워 단어를 음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역시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김이나 작사가다. 그런데 난 언어의 요리사라고 칭하고 싶다. 말맛을 아는 미슐랭 스타 요리사.
난 손님으로 그녀의 글을 접한다. 훗날엔 내가 요리사이길 바란다. 찬란한 글을 쓰는 날이 가까워지길
(3.3매)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