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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사랑의 정의를 세우지 못할 땐 종종고개를 돌린다. 악에 치이는 사랑도 있지만 바라만 보아도 울 것 같은 애틋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희로애락으로 사랑의 세계를 구축했는지 알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교본도 없을 것이다.
세월만큼 뿌리가 있을 것이고 함께 보낸 계절의 수만큼 추억의 산이 쌓였을 것이다. 남들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이별이 곧 죽음인 마냥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는 건 드넓은 숲을 만드는 큰 요건이 될 수 있다. 안심보다 더 큰 안식의 사랑을 해본 적이 있던가. 당신과 나는 항상 이기심에 눈이 멀어 애꽃은 나무에 불을 붙였을 뿐이다.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모두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은 마른 마음의 혁명이며 건강한 광기와도 같다.
또한 주고받는 마음에서 생의 최고의 행복을 느끼니 사랑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삶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한낮 이론일 뿐, 저기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연인을 동경하며 어깨너머로 사랑을 점쳐본다.
나도 언젠가 숲을 만들 수 있을까. 되돌아갈 수 없는 광활한 숲을 만든다면 영원이라는 말을 감히 내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불확실함의 믿음이 나를 더 깊은 사랑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사랑의 안정이 삶의 목표니 녹음을 위한 씨앗을 바지런히 뿌려야겠다. 건초에 불이 잘 붙듯, 마음을 메마르게 한다면 쉽게 발화될 테니 항상 수분을 머금고 있어야지. 그리고 숲을 만들기 위해선 필히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걸 스스럼없이 인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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