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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사람이 싫다. 당연한 줄 알고 실망이나 시키는 게. 사람 말하는데 실실거리기나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릴 말이라고 큰소리치고. 그런데 어쩌겠는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다시. 시장에 갔더니 '어무이, 냉이가 인자 나왔네.' 하는 직원, 외국 간식을 선물받았다고 건네는 카페 사장님, 오랜만에 대구에 내려와 우리집에서 코 골면서 자는 친구. 크게 숨을 들이켜 흉통을 키웠다가 내뱉고 나면 조금은 다정하고, 귀엽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시선을 잔뜩 끌어와 산문으로 훌훌 뱉는 문보영 작가. 문보영 시인의 발랄한 보폭과 그렇지 못한 시어도 좋다. 폭삭 주저앉아 조곤조곤 넋두리하는 산문도 좋다.

그러나 실망은 미뤄봤자 실망이지.
p89

나의 작은 회복은 약간의 무지와 실수 덕에 가능했다.
p108

인류애가 무슨 운동인 것처럼. 우리는 헬스장 회원권 끊고 다니듯 인류애한다.
p111

내일이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워.... 저녁만 살아도 충분할 텐데....
우리는 슬퍼했다.
p118

왜냐하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해심이 아니라 이해력이기 때문에.
p121

모든 믿음은 노동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체력이 안 되는걸?
p128

문보영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중에서

(3.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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