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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그 가거든 증치 이야기는 하지말그레이."

고향에서 삶의 터전을 옮길 때 많은 이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모든 이들이 내가 어떤 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든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것은 꽤 큰 화두라 산불처럼 종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단다. 독립을 준비하며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무서운 말이었다. 옆옆건물에 연쇄 성폭행범이 산다는 이야기보다도.
내가 모르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무섭다. 어려운 말들이 가득하고 늘 싸우는 모습만 보이는 정치판. 그곳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외면했다. 궁금하면 미친 듯이 파는 내가 회피한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소위 말하는 '인권 뽕'을 맞았다. 장애 인권에 대한 공부를 더하기로 결심했다. 정치와 땔려야 땔 수 없는 공부였다. 이때도 마치 알레르기가 있는 듯이 정치만 쏙 빼고 파고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정치를 피하게 되었을까. 어쩌다 이렇게 정치에 무지한 인간이 되었을까.

모든 곳에서 이 시국 이야기가 난무한다. 정치를 모르는 나는 함부로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이들의 생각을 모두 존중하고 싶고, 행동하는 이들을 너무나 존경한다. 나도 그들처럼 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인가? 두려움과 무기력, 이 상반된 감정을 느끼며 피로할 이들. 그들에게 이전의 일상처럼 무던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이것은 정치에 무지하고 무서움을 느끼는 나의 핑계인가?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 -한강

꽤 솔직함이 무기인 나여서일까. 어떤 솔직함을 꺼내 보일까 고민하다, 요즘의 상황에 대한 나의 무지함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다.
그리고 한강의 수상소감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4.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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