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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나는 사실 천장이 무너질까 겁난다. 가스 밸브는 잠궜었나. 눈을 감고 다시 호흡하면, 이내 천장. 또 다시 천장. 나는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과도 같다. 먹을만 해도, 버려져도 난도질은 꼭 당한다. 너가 숨기고 있는 날카로운 말 한마디, 그걸로 댕강 잘린다. 문제는 아직 칼을 갈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 먹는다는 것이다. 내가 숨 쉬고 있는 곳은 드넓은 바다가 아닌, 차디찬 도마 위니까. 나의 업이 그렇다. 평가 당하고, 울다가, 기뻤다가, 인내한다. 지 멋대로였던 성격은 어디간걸까. 몇 번이고 깎여져 이제는 아프다고 소리치지도 못하고 안으로 응어리진 채, 붉은 핏덩이로 굳어버렸다. 그래서 한번씩 그런 꿈을 꾼다. 입 밖으로 짜증을 꺼내 소리치는 꿈. 현실에서는 하지 못할 그런 꿈. 대상은 무한하다.
나의 업의 훈장. 전에 만났던 남친은 주방장이였는데, 팔엔 기름이 튀긴 흉터가 한가득했다. 얼룩덜룩한 팔을 보고 그는, 직업의 훈장과도 같은 것이라 했다. 그래, 너는 육체에 훈장이 남았구나. 나는 남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면에 깊은 훈장이 남았다. 그 깊이를 알게 된 것이 딱 올해였다. 클라이언트의 짜증스러운 카톡 하나. 에게? 분명 한 것은 별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웃긴 것은 그것에 무너졌다는 것이고. 카톡을 보고,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참에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콱 막혀왔다. 왜 이럴까. 나가보자. 금새 호흡이 돌아와 대수롭지 않은 척 했지만, 버스를 타러 가는 10분 내내 손을 덜덜 떨었다. 진짜 왜 이럴까.
그때 스쳤다. 얼마 전 만났던 마케팅 에이전시 대표님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 약을 먹는 중이라고 했던 말. 남자친구의 친한 친구가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어 오늘은 술을 못 먹는다고 했던 말. 수 많은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고백 했던 그 말. 그리고 그날 밤부터, 나는 눈만 감으면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생하게 보였다. 혹시 천장이 무너질까. 혹시 집에 불이 날까. 혹시 내가 공황장애인가. 혹시, 또 혹시.
여전히 나는 갈리고 갈려 더욱 뾰족해질 뿐이였다. 저 상담원의 짜증 섞인 말 한마디가 나를 휘감아 다시 답답하다. 저 사람이 왜 피식 웃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생각의 굴레에 갇혀 빠져나갈 방법을 모르겠다. 별 것도 아닌데. 나도 아는데. 그 별 것들은 뾰족한 바늘의 형태가 되어 나를 마구 찌르고 쑤셔댔다. 그리고 다시 혹시, 또 혹시.
이 글을 쓴 이유는 딱 하나다. 정신력 하나로 30년의 인생을 버텨왔다고 자부하는 내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아 병원에 가지 않았던 것. 내 업이라고 견디자, 버티자하며 아둥바둥 살아온 것. 내 자신을 찌르는 것을 알면서, 모르는 척 했던 나의 옹졸한 비겁함. 그것을 속죄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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