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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저는 사실 백예린을 싫어했습니다. 그건 제가 백예린에게 일종의 그림자 투사를 겪기 때문인데(저 뭐 됨..?), 저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저의 모습을 가진 인간을 보면 콤플렉스가 자극 당하는 전형적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백예린은 나의 자의식 과잉 순간을, 너무 낭만에 취해 허튼소리를 떠벌리는 순간을 떠올리게 했으며 그로 인한 수치 버튼을 눌렀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안 좋아하는 작가나 유명인이 여럿입니다. 그들을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체로 성공한 예술가이며 그로 인한 자의식 과잉이 있으며, 당연히 재능도 있습니다. 그 재능으로 인해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팬들이 그들을 추종할때 저는 왠지 심술이 났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기린이라는 사람이 백예린에 대해 낱낱이 폭로한 글을 읽게 됐습니다. 그 폭로에서 묘사된 백예린은 광인이었으며 폭력적인 악녀이며,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였습니다. 그러자 저는 어쩐지 그녀를… 변호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녀가 입체적인 인물로 느껴졌습니다. 두 개의 교차하는 기준선이 생기면 사람은 그것을 입체로 느낀다는 구절처럼요. 저는 이상하게 그 뒤로 백예린에게 관심이 갔습니다. 백예린의 노래를 자주 듣다보니 결국 백예린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백예린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하기엔 뭔가 찝찝합니다. 이것도 죄의 일종인 것 같아서요.

사실 오늘 치 글을 이렇게 부랴부랴 쓰는 것도 이 익명의 방의 다른 필자들의 치부를 얼른 보고 싶어서입니다. 저의 죄를 사하소서. 입체적으로 사하소서. 아멘.

(3.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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