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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나의 분노는 뭘까. 활활 모닥불? 아니다. 끓어 오르는 용암? 역시 아니다. 나의 분노는 숯불이다. 은근하다. 평소엔 티가 안난다. 잘 타오르지도 않는다. 달궈지면 오래간다. 끝난 줄 알지만 여전하다. 식긴해도 남아있다. 물 한바지 부으면 끝난다. 내가 오해한 거구나. 그런 물 한바가지. 아니면 은은히 지속된다.

예삿일에 불붙진 않는다. 웬간해선 참는다. 시간이 아깝다. 반복되면 불 붙는다. 근데 바로 활활은 아니다. 일단 지켜본다. 실수일 수도 있잖아. 근데 반복된다? 이게 실수가 아닌거 같다? 고의인가? 모르고 하는 건가? 그래도 이렇게 계속? 그러면 불이 커진다. 조금씩 뜨거워진다. 그게 오래될수록 뜨겁다. 불 끄기 어려워진다.

꺼지지 않는 숯불도 있다. 맘 속 아궁이에 넣어둔다. 그곳엔 분노가 가득하다. 그래도 문은 단단한 편. 잘 열리진 않는다. 다른 일들로는. 그런데 그 대상과 만난다? 그럼 바로 열린다. 바로 분노한다. 그래서 그 대상을 피한다. 안마주치려고. 숯을 꺼내면 뜨겁거든. 내가 아프거든. 그래서 회피형인가보다.

분노는 결국 인간이다. 관계가 없다면 없겠지. 그러나 그건 삶이 아니다. 사람은 삶이니까. 분노도 삶의 일부이지. 받아들이자. 아니 받아들였다. 안받아들였다면? 내가 타죽었겠지.

(3.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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