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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분노. 분은 억울한 일을 당하여 환나거나 될 듯한 일이 되지않아 섭섭하고 아까운 것. 노는 화나는 것을 점잖게 이르는 말. 당신은 분한가? 혹은 노하였는가?
쫌. 그만. 니는 뭐가 그래 씅질이 나노. 고마해라. 대다. 어느 날 저 말들이 잔소리가 아니라 문장으로 들려왔다. 아? 성질을 안 낼 수 있는 건가? 참으면 뭔 일을 낼 것 같은데? 스트레스가 감정처럼 느껴진다. 나도 내가 힘들다. 주변 사람들은 오죽할까.
노. 그래 노(怒)했다. 이 안에 가득한 건 성질이다. DNA에 가득한 성. 흰 한복에 먹물을 뿌리는 그들과 싸워낸 증조할아버지. 동네에서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지끼미 욕쟁이가 된 할아버지. 그들에게 받은 이 피. 그거다. 이 핑계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가족 탓을 하는 수밖에 없다. 미안하다.
웃기지. 사실 그들 때문이 아니다. 그냥 내가 과민하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벗겨진 살갗에 물만 닿여도 아프듯. 벗겨진 내 감각에 살짝만 닿여도 아프다. 누군가와 밥 먹을 때 죽겠다. 쩝쩝. 후루룩. 입가에 묻은 양념, 음식에 고인 물. 음식을 마중 나온 혀. 저걸 어떻게 해버릴까? 저걸 보면서 같이 밥 먹어야 하네. 허겁지겁 고개를 숙이고 밥 먹은 지가 오래다. 늘 옷에서 빨래 잘못 말린 냄새가 나는 사람. 어떻게 잘 말하지? 그냥 내가 참자. 아씨 내가 왜 참아야해? 아오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지, 미각은 둔하다. 둔하다 못해 음식에 곰팡이가 피었는데 그냥 먹는다. 다먹고 나서 윽 하곤 끝이다.
어른이 되면 이 성질머리가 좀 죽으려나 했더니. 성질나는 일이 더 많네. 지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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