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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쌤 환자 왔는데요.” “네! 감사합니다!“
바쁜 거 안 보이냐.
”안쪽으로 들어가실게요-“
“조금 누워계셔요!”
나와서 의자에 앉았다.
“쌤 전기 울려요.” ”네!“
안 들리겠냐. 알아서 갈 건데.

“쌤 종이컵 치워요.”
“쌤 마스크 버려요.”
드론인가보다.
어떤가. 새로 장만했는데. 아니 예전에 샀는데. 성능이 좋아서 놔둬봤다.

“환자분 오셨어요.”
이번에는 다르다.
쿡 찔렀다. 아프다.
끓어올랐다. 열이 확 오른다. 어깨를 손으로 털었다. 나도 모르게. 온화해야지- 다짐했는데. 결국엔 나왔다. 불량아 버전. 진정해. 다시 들어가..

나한테만 그런다. 질투하나? 그럴 이유가. 나는 막내다. 만만한거다.
옆에 있다. 모른 척한다. 눈길도 안 준다. 내가 말이다.

너덜너덜해지게 만든다. 온갖 모욕과 비아냥으로. 후회하게 한다. 조소를 머금고. 어린 애가 기어오른다. 얼마나 열받겠냐. 니 손해지. 말빨로는 안 진다.
근데 그 쌤 임신했다. 그래서 상상으로 조진다. 에휴.
흠칫했죠. 선 넘은 거 알죠. 그럼 됐다. 아싸리 잘됐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제 안 건들테니. 아싸리다.

차갑지는 않게. 예전의 따뜻함을 없앤다. 사람은 그렇다. 뒤늦게야 안다. 온기가 있었다는 걸. 덕분에 아늑했던 걸. 바보라고만 생각했는데. 자기도 놀랐겠지.

분노는 내 손해다. 코르티솔 멈춰.

(3.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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