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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나도 잘 한 건 없다. 고생했다. 한 건 한거니까. 볼 일은 없을 거다. 그 편이 서로 낫다. 잊히진 않겠지만. 어쩌겠냐 싶다.
소리친 적도 있다. 목이 아팠다. 찌푸린 표정을 봤다. 저 정도였나. 치를 떨었다. 자문했다. 피차 잘난 것 없다. 억울하지. 누구든 억울하지. 각자 선하다고 믿잖는가. 자주 자신을, 가끔 남을. 믿는 건 자유다. 책임은 자주다.
여전히 잊히진 않겠지만. 다른 여전함에 치중한다. 밥을 먹는다. 숟가락을 던진다. 샤워하다 머리를 쳐든다. 샴푸가 눈에 들어갔다. 쓰레기통을 찬다. 엎어진 쓰레기를 치운다.
위기다. 나를 위해 관심을 끄기로. 지나간 이는 갈 길 가면 됐다. 가다가 넘어지면 좋고. 넘어졌는데 차에 치이면 더 좋고. 아님 말고. 아쉽긴 해도. 언젠간 꼭 넘어지길.
발 밑을 잘 살피며 걷는다. 누군가의 바람을 거슬러. 앞가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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