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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창해물회

나는 입맛이 없으면 창해물회를 먹으러 간다. 수성못에 위치한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노포집이다. 노포집이라고 해서 낡은 건물의 식당은 아니다. 거기 물회를 먹으러 가는 것은 그 집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양념장을 얹어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물회의 고추장 색이 밝은 주황색이라 치면, 여긴 어두운 붉은색 양념이 나온다.

물회이자 회덮밥이기도 한 것을 시키면 육수가 따로 담겨 나온다. 회덮밥으로 먹고 싶은 사람은 밥을 넣어 비벼서 먹으면 되고, 포항식 물회를 먹고 싶은 사람은 꾸덕꾸덕한 양념을 차분히 비벼서 먹다가 원하면 살얼음 육수를 부어서 먹으면 된다.

나는 살얼음 육수를 자작하게 조금만 넣고 일단 소면 사리를 비벼서 먼저 먹는다. 그런 후 밥 한 입, 물회 한 입 이런 식으로 밥을 직접 넣어 비비지 않고 먹는다. 나는 전복을 싫어해서 그냥 물회를 먹지만, 전복물회를 시키면 전복 한 마리에 격자무늬 칼집을 내어서 통으로 준다.

반찬은 보통 미역무침과 멸치볶음이 나오고, 생선으로 자그마한 열기가 나온다. 열기는 사투리인 건가? 이마트에서 열기 가격표에 붙여진 이름을 보았는데 기억이 안 난다. 요즘 설단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입에서 모든 이름들이 맴돈다. 아무튼 나는 열기를 좋아해서 밥 한 입 입에 넣고, 통통하고 하얀 생선 살 한 입 먹고, 물회를 한 숟가락 먹으면 없던 입맛이 돌고 기분이 좋아진다.

창해물회는 수성못 근처에 위치해 있어, 먹고 나서 수성못 산책을 가거나, 수성못 지천에 널린 커피집 중 한 곳을 들러 커피를 마시러 가도 되지만, 나는 내가 가던 커피집에 들른다. 다행히도 가깝다. 식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배가 된다.

창해물회에 가면 장수 음식점이라는 명판이 놓여 있다. 수성구가 개청 40주년을 기념해서 오래 사랑받은 음식점을 지정한 것으로 창해물회 외, 인화반점, 벙글벙글, 2호집 돼지국밥, 참깨국수, 데일리호스브라운, 감포은정복어횟집, 삼수장어, 안옥연할매떡볶이가 있다. 이 중 인화반점만 가보았다. 집 근처다. 맛있다. 오래 명맥을 이어온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터이니 다른 곳도 가볼 만하리라 여겨진다.

만약 오늘 입맛이 없다면, 매콤 시원한 것이 당긴다면 물회 한 사발 드시러 가보라 권한다. 겨울에 먹어도 맛있다.

(5.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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