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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내가 사랑하던 나만의 맛집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요즘은 음식이 다 거기서 거기 같고 구미가 당기지 않는단 말이지.. SNS에서 맛있다고 해 가보면 실패. 또 실패다. 여하튼 주제가 ‘맛집’이라니 무언가 쓰기는 써야 하는데 최근에 먹은 음식 중에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맛집’ 칭호를 줄 곳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사라지고 없는 가게지만 수백 번 이상 방문한(진짜다) 곳을 추억해 보기로 했다.
내가 대학생일 때 처음 방문한 그곳. 처음 방문이 어떻게 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평소에도 일식을 좋아하긴 했었는데, (아마도) 우연히 방문한 이곳에 빠져 없어질 때까지 열심히 다녔다.
동성로 대백 무대를 지나 통신골목으로 적당히 걸어가다가 왼쪽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그 골목엔 내가 좋아했던 칼국수집도 있었는데 현풍닭칼국수가 유행처럼 생기면서 사라져 버렸지.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더 작은 가게 세츠카. 지금 생각해 보면 한 10평 정도 됐으려나? 좁은 입구로 들어서면 일본식 건물처럼 안쪽으로 길쭉한 구조인데, 마치 방금 일본에 도착한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사장님이 직접 현지에서 공수해 오신 소품들이 가득가득했다. 이것마저도 내 취향 저격.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던 공간. 아, 라무네나 호로요이 같은 음료를 일본에 가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시절. 세츠카에선 그 음료들도 주문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아 네 사장님, 여기 너무맛있어요.. 온 동네방네 소문내고있어요 진짜로요
-감사합니다. 음료수는 서비스입니다.
주메뉴는 초밥. 그리고 진한 버섯 육수로 국물이 기가 막히는 우동과 바다향 가득한 볶음우동이 일품. 세츠카가 사라진 후 동성로에 맛있는 초밥집 못 찾는 중. 없어지기 직전엔 라멘집으로 탈바꿈했었는데 라멘도 이마를 탁 치는 맛이었다. 하, 그 맛을 이제 누구에게도 알려줄 수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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