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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아래 문장은 폴란드의 소설가이며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글쓰기에 대한 글입니다. 모든 문장이 제 마음 같아서 적어두고 힘들때마다 읽습니다. 저에게 노벨문학상은 저 은하계너머에 존재하는 미지의 무엇이지만 작가의 문장만큼은 잘 살아내고 싶습니다. 더욱 뜨거워지고 싶어요!

글쓰기는 지옥이고, 끊임없는 고문이며, 끓어오르는 타르와도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척추를 망가트리고,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경쟁에 참여하게 만들고, 후보에 오르게 하고, 지원서를 접수하게 하고, 댓글을 달게 하고, 인색한 평론가들을 욕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서평을 읽고 난 뒤에는 신경질적으로 손가락 을 물어뜯게 합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천국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힘을 느끼게 하고, 삶을 끊임없는 취미 활동으로 바꿔 주고, 현명하고 흥미로운 사안들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할 수 있게 해 주고, 다양한 문제들을 비정형화된 측면에서 생각하고 접근하게 만들며,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고, 공감력을 발달시켜 주며, 타자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새벽같이 일어나 직장에 출근해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악착같이 일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습니 다.
나는 문학에는 항상 일종의 이타심이 함께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저자로서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고,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를 원합니다. 칭찬과 관심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또한 보편적인 다수의 시각에서 봐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뭔가를 쓰고 싶어 합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모든 좋은 책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킨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세상에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인물들과 질문들, 새로운 발견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와 볼레스와프 프루스 이후 모든 게 그 이전과 조금은 달라졌으니까요.
나는 여러분이 하는 일이 관심과 존경을 받는 그런 세상을 여러분이 직접 만들어 가기를 기원합니다. 그러한 세상에서는 여러분의 작품에 대해 눈부신 통찰력을 보여 주는 위대한 서평을 쓸 수 있는 비평가들이 부활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높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에는 매주 광범위한 토의와 심층 분석으로 가득한, 별도의 문학 관련 기사들이 여러 지면에 걸쳐 게재되고, 문단의 동향에 대한 진단과 활발한 의견 개진이 뒤따를 것이며, 문학의 현황에 대해 우려와 애정을 보내는 지방 교사들의 편지도 빠짐없이 실릴 것입니다.
나는 재밌고 웃기는 발언만 빼고는 여러분의 발언이 모두 편집되는 바보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여러분이 출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이름 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좀 더 오래 머물도록 여러분의 사생활을 함부로 노출하지 않 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또한 여러분이 펜으로 맺어진 동료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 줄 수 있기를, 그리고 샤덴프로이데의 함정에 빠지 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좋은 문학 작품이 많아질수록 그 기준은 점점 높아 질 테고, 우리 모두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테니까요. 무엇보다 문학이라는 이름의 이 모든 현상에서 본질은 '읽기'이므로 나는 여러분이 '쓰기'가 아닌 '읽기'에 몰두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8.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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