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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 수집2

저 사람이 내 이상형에 부합한가? 생각할 새 없다. 저 사람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한 순간, 그때 시작된 듯 하다. 되돌아보니 그렇다.

바쁜 아침, 휜 가루로 사과를 세척한다. 베이킹소다는 과일을 씻는데 유용하다. 영양 가득 담은 새빨간 껍질을 주고 싶다. 아침을 잘 챙겨 먹지 못하는 너를 위해 도시락을 챙긴다. 아침 사과는 황금이니까. 너에게 황금을 줄게.

나랑 문방구 가자! 등교 같이 하자! 하굣길에 핫도그 먹자! 주말에 놀이공원 가자! 방학에 해외 여행 가자! 느낌표에서 느껴지는 확신이다. 상대가 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줄 거란 확신. 자연스럽게 시간을 공유한다.

비가 왔던 날이다. 날 두고 집에 돌아간 지독한 너다. 정신 없이 울다 우산 날에 베인 나도 유난이다. 사랑은 왜 자꾸 이성을 흐리는지. 머릿속에 자꾸 안개가 낀다.

우리 손가락엔 운명의 빨간 실 같은 건 없어. 그놈의 운명 타령. 그놈의 사랑 타령.

오래된 사랑엔 다양한 불순물들이 가득하다. 그것들은 서로 사랑이라 속고 속인다. 혼란스럽다. 내가 너에게 느끼는 이 감정들로 사랑한단 말을 전해도 되는걸까. 여기 사랑이 담겨 있긴 해. 아마도. 어렴풋이 남아 있겠다.

내 사랑이 제일 특별한 줄 알았다. 그래서 내 사랑이 너무 애틋했다.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땐, 우리의 사랑이 더 애틋해졌다.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이별을 하고, 또 사랑을 계속 하는구나. 용기 있는 자들이 세상에 많구나. 아직 사랑이 많은 세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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