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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그에게 사랑은 발견이었다. 노력해서 알아가기도 했고, 때때론 그의 눈앞에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설렘으로 발견된 사랑이 있었고, 아픔으로 발견된 사랑도 있었다. 그런 사랑들을 겪으며 그는 결국 초월이라는 사랑의 끝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글은 그가 발견한 사랑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신의 그것과 비슷한 점도, 또 다른 점들도 많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간에, 당신의 인생에도 여러가지 사랑이 발견되길 바란다.
첫번째 발견, 설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자연을 좋아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풀잎과 나무들, 매일 매일 어디론가 바삐 이동하는 곤충들, 가끔가다 만나는 숲속 동물 친구들까지. 그에게 있어 자연은 매일 매일이 설렘이었다. 그런 그가 자연을 뒤로 한 채 도시로 나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설렘이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늘상 자연을 바라보았던 그 때처럼, 매일 매일 그녀를 바라보고 관찰하게 된다. 자연이 주었던 설렘처럼, 그에게 그녀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오늘 입은 옷, 그녀의 머리 모양, 그녀의 표정,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 까지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보고싶었고 눈에 담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녀가 생각났고, 내일의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말을 할까 설레 하며 내일을 기다렸다.
그렇게 그에게 사랑은 설렘으로 가장 먼저 발견되었다.
두번째 발견, 아픔.
그는 사랑을 할 때면 언제나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의 사랑과 언제나 함께 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랬던 그이기에 그의 사랑의 끝은 언제나 아팠다. 끝난 것으로도 아팠지만, 끝이 잘리는 모양새가 너무나 아팠다. 그는 마지막이 없었기에 사랑을 골고루 배분하며 사랑했다. 그러나 그의 상대방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사랑이 그보다 먼저 고갈되었다. 그러나 그를 곧바로 내칠 순 없었다. 그는 여전히 다정했고 그의 사랑은 언제나 일관됐다. 그런 그를 아무 이유없이 내칠 수는 없었다. 그런 기간도 길어지다보니 결국 그녀들의 사랑은 새로운 곳을 향했다. 또다른 모습의 사랑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의 사랑은 그렇게 그녀들의 사랑이 옮겨감에 의해 아무 대비도 못한 채 뭉툭하게 찢겨지며 매번 끝을 맞았다. 그래서 아팠다. 깨끗하게 잘려나가도 아픈 사랑의 끝이 언제나 그렇게 뭉툭하게 뜯어져 갔으니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신 뜯겨 나간 곳이 다행히도 아물면 굳은 살도 그만큼 크게 배겼다. 그래서 그는 다음 사랑에는 더 담담할 수 있었다.
세번째 발견, 초월
그는 자신과 닮은 그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그녀를 신기하게도 반씩 닮은 사랑스런 아이를 낳게 되고 그는 또다시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사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싫어한다에 가까울 정도였다. 아무리 친한 친구의 아이라고 해도 그는 시큰둥했다. 아이들이 일으키는 소음들 아이들의 이해하지 못할 고집들, 어리광들을 그는 매우 싫어했다. 남의 아이었기에 아무런 말을 못하고 그저 무시로 일관했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아이가 저렇게 행동한다면 단단히 엄하게 훈육할거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자식, 자식을 위해서는 고민 없이 내가 죽을 수 있다라는 부모들의 말들을 그저 과장되어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던 그에게도 아이가 생겼고, 사실 신생아 시절에 그는 그저 고생하는 와이프를 위해 함께 육아를 하는 거에 더 가까웠다. 물론 여태껏 느껴본 적 없던 묘한 책임감과 그를 꽤나 닮은 아이의 모습에 그 역시나 아이에게 사랑을 느껴가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이전의 그의 마음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었다.
아이가 점차 커감에 따라, 그를 아빠로 알아보고 조금씩 대화가 통하게 되면서 그는 이전의 그를 초월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전의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거리낌없이 그의 아이를 위해 죽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너무나 당연하게 하게 되었다. 그는 그 스스로 초월했다.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그 이전의 삶이 더이상 생각나지 않는, 그의 모든 것을 내주어도 좋을, 그의 표현대로 지금 당장 똥밭을 구르면 아이의 인생이 1%라도 나아진다면 아무 고민없이 똥밭을 구를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 초월적 사랑을 발견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며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을 발견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발견한 사랑의 종류가 적은 것이 더 나은 편일 지도 모른다. 다만 발견된 사랑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길 바란다. 사랑으로 발견되었지만 지나고나면 더이상 사랑이 아닌 것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던가. 노력하여 알게된 사랑도, 눈앞에 불쑥 튀어나온 사랑도 그 모든 것이 다 사랑이다. 사랑엔 언제나 이유가 없다. 그저 발견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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