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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사랑을 완벽히 안다고 하는 건 과연 좋은 걸까요? 사랑은 모르는 영역에 희망을 품고 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미지의 영역에 희망을 품고 들어가서 고통을 느끼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사랑 아닐까요?”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가장 깊게 와닿은 문장이었다.
미지의 영역이라.. 그렇다. 모든 건 결국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며 그 사람을 탐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순간부터 사실상 여정은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다.
앨리스가 뛰어가는 토끼를 잡으러 가다가 얼떨결에 땅굴로 떨어지듯, 나 또한 궁금증을 못 이기고 결국 그곳에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모든 것들이 순차적으로, 꽤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이어진다.
상대에게 느껴지는 생경함, 차이점은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그리고 끝에는 점점 닮아가고 마는. 땅굴 속에 빠진 앨리스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듯, 어떻게 보면 사랑도 이와 비슷하다. 결국 사랑은 나의 차원에서 벗어나 너의 차원으로 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여정, 땅굴 속으로 떨어진 앨리스는 이곳에서 두 갈래로 이루어진 선택의 길에 봉착한다. 계속 이 차원에 머물거나, 아니면 이제 다시 저 현실, 지상의 세계로 돌아가거나. 후자의 경우, 모두에게 보통 이상의 후유증을 남기는 ‘이별’이 맞다. 오늘은 전자에 대해 더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상대의 세상에 머물면서 우리는 말그대로 여러 경험들을 하게 된다. 새롭고 신기한 경험들을 하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신세계를 접한다. (...)
하지만 사랑이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걱정을 수반하는가. 생전 관심 가져본 적 없던 카테고리를 뒤져가며 애인의 선물을 고르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기념일엔 써본 적 없던 편지를 쓰느라 밤을 꼴딱 새우기도 한다. 만들어 본 적도 없었던 빼빼로나 쿠키 따위를 만들기도 하며 난데없이 안 하던 짓들을 한다. 사랑은 이렇게 사람을 수고롭게 하고, 또 움직이게 만든다. 어쩌면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겪는 시련들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강도 높은 시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는 혼자라면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들을 경험하고 나 이외의 존재에 대해 더 열린 마음을 가진다. 사랑은 ‘열린 문’보다는 ‘여는 문’이다. 나의 시각을 열어주고, 세상에 대해 열린 태도를 겸비하게 해준다.
땅굴로 뛰어들기 전의 나는, 꽤나 쪼잔하고 옹졸하고.. 나밖에 모르는 아이였을지 모른다. 연인 사이의 사랑말고 다른 형태의 사랑도 있다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내리사랑이라 하지 않는가. 자식인 내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것도 결국 그리 많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연인을 만나며 나누는 법을 배우고 나 아닌 타인에 대해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우게 된 사랑으로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한 번의 사랑을 텄다면 그 사랑을 다른 곳에 뿌리내리기는 생각보다 쉽다.
분명 마냥 순탄치만은 않은 일련의 과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의도치 않게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며 때로는 몰랐던 나의 재능을 찾게 되기도 한다. 혼자가 아닌 단둘이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고 우리들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우리만의 언어, 우리만의 추억, 시간들, 장소들을 꾸려 나간다. 이제 더 이상 나는 나지만 나 혼자가 아니며, 마치 상대방과 일부를 나눈 것 같다. 즉, 우리는 우리 각자의 차원에서 벗어나 너의 차원으로 합쳐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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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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