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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그런 식으로 내가 나를 따돌렸던 것 같아. 너희에게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미워 보이고 창피했던 내 모습을 따돌렸어.예전부터 그랬었어.왜 내 모습이 그렇게 부끄러웠을까.왜 나 스스로가 그렇게도 못나 보였을까.저리 가. 나는 그애에게 말했어.내 눈에도,남들 눈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어. 왜 너는 죽지도 않아? 사라지지도 않고 그대로 내 안에 남아 있어? 그렇게 거칠게 나를 대하는게 어른이 되는 것인 줄 알고서.

예전 일들을 잊고,지워버리고,연연하지 않으려 하고,내 안에 갇힌 그애가 추워하면 더 외면해서 얼어죽기를 바라고,배고파하면 그대로 굶어 죽기를 바라면서 겉으로는 평온한 사람이 된 것처럼 연기했지.그게 다 뭐였을까. 그애는 나였는데.

최은영 작가님의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나의 어두운 부분을 쓰는 것이 두렵다. 내가 정말 우울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렇게 보여질까봐 두렵다. 그래서 그걸 대신 써주는 최은영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상하게 다정하고 부드럽다. 나도 나의 깊은곳까지 진솔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2.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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