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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쌀을 재배하는 농부의 마음에 가깝다. 농부는 아무렇게나 볍씨를 뿌리지 않는다. 메말라 숨이 죽은 땅을 호미로 뒤집고 씨앗을 심고 젖은 흙으로 다시 덮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일종의 구도나 다름 없는 것이다. 까마득한 미래에 지금의 나를 보내는 것이다. 시시각각 깃드는 의심에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농부의 눈에는 오랜 경험이 속삭이는 결실, 그 아득함만 담길 뿐이다.
소설가의 문장은 농부의 쌀과 비슷하다. 너무 흔하여 사람들의 발길에 차일 정도다. 그래도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적 필요에 반드시 부응한다. 항상 희로애락이 담긴다. 그런 쌀 한 톨을 만들기 위해 농부는 수십년을 거듭하여 뒤집고 심고 덮고 다시 뒤집는다. 절간에 홀로 남겨진 스님처럼 계절의 흐름을 잊어야만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사람들은 쌀 귀한 줄 좀체 모르지만, 농부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매일을 버틴다. 소설쓰기의 이치가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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