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나에게 글쓰기란?

내가 쓴 글과 나는 아직 어색하다.

마음을 담아 써야 하는 종류의 글은, 나의 마음을 잘 담지 못해 횡설수설하다. 글쓰기를 계획할 때는 저기 깊이 있는 곳까지 솔직히 다 꺼내 써야지 다짐한다. 그러나 막상 그 일에 착수하고 나면 원래 마음 먹었던 깊이의 절반까지만 시추하고 돌아오기 일쑤다내가 쓴 글과 나는 아직 어색하다.

마음을 담아 써야 하는 종류의 글은, 나의 마음을 잘 담지 못해 횡설수설하다. 글쓰기를 계획할 때는 저기 깊이 있는 곳까지 솔직히 다 꺼내 써야지 다짐한다. 그러나 막상 그 일에 착수하고 나면 원래 마음 먹었던 깊이의 절반까지만 시추하고 돌아오기가 일쑤다. 다 쓰고 나서는 '이 글은 나를 담았으므로 (온전히 담지는 못했지만) 위선적이지 않고, (찝찝하지만) 괜찮다고 할 수 있다' 라고 하면서, 어색한 사이의 친구처럼 겉으로만 칭찬하고 끝낸다.

어떨 때는 어떻게 절반이나 꺼내 썼냐고 스스로 뭐라 하고, 적은 양을 담은 것조차 부끄러워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절반이라도 전달하는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때도 있다. 한번은 겨우 마음을 담아 쓴 글을 전해주려고 만난 장소에서 끝내 그것을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로 정제된 글을 써서 전달한 적도 있다. 많이 꺼내 썼다고 고백의 대상이 나를 떠나게 되는 것도 아닌데. 아직 그 사실에 일정 부분 이상 확신하지 못하는 나의 자신감이 문제일까?

앞으로 이곳에라도 나다운 글을 제출하기 위해, 내가 마음의 땅의 개발자가 되어 나 자신을 설득하기로 했다.
<좀 더 꺼내 쓸 수 있도록 허가 좀 내주십시오. 마음 매장량이 지금 2000억 배럴정도 있는데, 이거 절반의 반도 꺼내 쓰지 않는 것은 상호 간에 손실이 큽니다. 확인 결과 전통적 시추 방법으로도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것들이니, 당신은 솔직히 글을 쓰기만 하면 됩니다. 이때까지 얼마나 꺼내 쓰지 않았길래 확인되는 매장량이 늘기만 하는거죠? 다 꺼내 써도 당신의 마음의 유전은 고갈되지 않고 오히려 계속 생겨날 것이고, 그러므로 그 마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당신과 더 친밀해질 겁니다.> 우스운 비유지만 꽤 그럴듯하여 허가를 내줄까 싶다.

아직 나를 잘 담은 글을 쓴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고 또 어색하다. 마음뿐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도 부끄럽고 낯설다. 그래서 내 생각을 펼쳐나가는 글을 쓰기보다는 남이 쓴 글들을 요약하고 짜깁기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지만 앞으로 나는 나를 꺼내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의 비유처럼 나의 마음과 생각은 꺼내쓴다고 고갈되지 않고, 오히려 나의 마음과 생각을 주변 사람들과 글로 나누면서 '나다움'이란 더 풍부하고 비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어색함을 덜어내며, 더 깊이있는 나다움을 뽑아내어 쓰도록 노력해보겠다. 내일은 더 솔직하고 나다운 글을 쓰도록!

(7.0매)

1

3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