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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글쓰기란?

나는 일기장을 쓴다. 행복한 순간은 시간이 지나고서 회상하며 써 내려가고,
마음이 심란하고 복잡할 땐 그 마음을 정리하고자 그때그때 써 내려간다.
그래서인지, 4권 남짓한 일기장을 보면 행복한 순간보다는 심란한 순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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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말할 때도 서론이 길다는 말을 자주 듣는 나는 일기장도 마찬가지였다.
한참 글을 다시 읽어보면 방향을 자주 잃는 게 보였다.
정작 쓰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모른 채, 엉뚱한 말만 늘어놓다가 끝나버린다.
하루는 왜 이런지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웃기게도 일기장은 나만 보는 건데 괜히 멋들어지게 쓰고 싶어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모각글 모집의 '한껏 기교 부려봐야 아무도 보지 않고 절대 선택되지 않습니다.'란 글이 눈에 밟혔다.
20년, 30년이 지나 노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을 무렵에
일기장을 다시 보며 그때의 나는 이런 생각들을 했다는 걸 쉽게 읽어 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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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이 있냐는 물음엔 항상 안규철 작가의 '사물의 뒷모습'을 이야기하곤 했다.
유난히 좋아하는 문장들이 많은 책이다.
'A는 마땅히 A여야 하는데 A가 아니고 B라는 사실이 내게는 오랫동안 문제가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멈추는 법을, 말하기 위해서는 침묵하는 법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잊는 법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알아야 한다.'
담담한 문체로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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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의 시간은 하나의 습관을 만들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닮고 싶은 작가의 문체를 보며 나도 내 생각을 담담하고도 읽기 쉽게 써 내려가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닮아있겠지 희망하면서!

(4.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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