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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 편식이 심한 편이다. 지금까지 읽어온 글의 대부분이 소설이다. 정말 지독하게 소설만 읽는다. 그마저도 한국 작가 소설만 골라서. 그 외의 글을 읽었다면 대학생 때 눈 빠지게 열어본 논문이나 기사들 정도.

나는 왜 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걸까.
소설은 여러 사건을 잘 풀어내서 커다란 이야기 하나를 던져준다. 다 읽고 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나 진리가 한 문장으로 드러난다. 그 한 문장을 걸러내기 위해서 대단히 긴 문장을 읽어야 한다. 설명하고픈 게 많아 단어를 하나씩 붙이고 나면 문장이 길어진다.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이 읽기도 좋고 전달이 잘 된다고 하지만 난 지저분한 문장이 좋다. 미사여구가 붙은 문장이 나름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첫눈에 반한 순간을 어떻게 ’반했다‘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나. ‘멀리서 들리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에 내 심장이 맞춰 뛰었다.’ 사랑에 빠진 순간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문장이 좋다. 나에게 좋은 글은 활자가 종이 위로 떠 올라 영상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구병모 작가의 글이 그렇다. 얼마 전에 영화로 개봉한 <파과>의 원작을 좋아한다. 읽을 때 숨이 차고, 지저분하고, 꾸밈이 많은 문장을 읽을 때 재미를 느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주인공의 모습이 또렷해진다. 설명이 많을수록 내 머릿속의 영사기가 착실하게 굴러간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을 때 자신만의 영화관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이제껏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으면서 웃기게도 소설을 쓰고 싶은 건 아니다. 모르겠고. 속은 솔직하지만 겉은 예쁜 말로 잘 꾸민 내 문장을 잘 모아보고 싶다.

(4.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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