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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목적지로 가는길.
비행기에 올랐다. 어둠 속을 지난다.
깜깜한 하늘 속을 날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저 멀리 하나의 점처럼 반짝이는 빛이 보인다.
반대편으로 날고 있는 비행기인가 하다가
몇 개가 더 보이길래 ‘어? 설마 별인가?’ 하다가
더 낮은 곳 도시의 불빛인가 하다가
같이 움직이는 것 같이 느껴져 ‘배다! 배불빛이다!’. 도무지 뭔지 모를 어둠 속 빛을 가만히 본다.
깜빡- 깜빡-
하얀 빛 그 옆에 노란빛, 주황빛, 파란빛 같기도 한.
도대체 뭘까.
어디론가 향하는건지, 그저 멈춰있는건지, 어딘가를 비춰주는건지.
어쩌면 빛이 아닐수도 있겠다.

지도가 말썽인지 버스를 두 번이나 잘못 내렸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지? 왜 잘못내렸지?
가만히 서서 지도를 다시 들여다본다.
나 길 진짜 잘 찾는데.
잘 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길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아닐수도 있겠다.
빛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빛이 아닌가..?
정류장을 잃어버린걸까.
나 지금 방황하는 중인가?
그 곳을 잃어버린 것 같기도
그 곳을 지나친 것 같기도 하다.
시공간이 너무도 영겁으로 넓어져 도무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바다이기도 하늘이기도 땅속이기도 우주이기도 내 맘 속이기도 한 이 곳에서 가만히 지도를 본다.
나 길 진짜 잘 찾는데.

(3.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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