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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저는 어떤 글귀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사는 편은 아닙니다. 딱히 좋아하는 문장가도 없으며 닮고 싶은 작가도 없습니다. 그럼 저는 어떤 글을 좋아하는 걸까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향했습니다. SKEPTIC 여러 권, 이기적 유전자, 프린키피아, quarantine, 엔트로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런 책들이 가장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이쯤 되니 좋은 내용과 좋은 글은 다른 성질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둘의 관계에 대한 고찰은 다음으로 미루고 허리를 숙여 책장의 아래를 들여다봤습니다. 깊이에의 강요, 1984, 인간실격, 피천득의 인연 등이 보이네요.

고 피천득 작가님의 책을 보니 자연스레 은전 한 닢이 떠오릅니다. 이 수필은 제가 꽤 인용을 많이 했던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느라 골머리를 앓고있는 제게 '너는 왜 그걸 하려고 하냐'고 묻는 친구가 많았거든요.

이 이야기에는 절대반지를 품고 있는 골룸처럼 은전 한 닢을 애지중지하는 거지가 나오는데, 갖은 고생을 하며 푼돈을 모아 은전 한 닢을 가지게 된 그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명작 하나, 그것을 갖고 싶다"고 친구에게 대답했습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손 닿기 좋은 곳에 있던 과학 서적들과 허리를 숙여야 했던 소설과 수필들 모두 제가 원하는 방향의 글쓰기가 아닐까요. 앞으로 이곳에서 쓸 글들은 일단 아래쪽의 이야기를 좆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어떠한 울림이 있는 글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사람마다 각자 다르게 공명하길 바랍니다.

(4.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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