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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각글 1일 차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좋아하는 책이 있냐는 물음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은 안규철 작가의 '사물의 뒷모습'이다.
왜 이 책이 좋을까 묻는다면 하나의 이유를 말하긴 어렵다.
그냥 그 담담한 문체가,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도 인생의 이치를 얻는 것이, 계속 곱씹게 되는 문장들이 많은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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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유로 나는 권석천 작가의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책도 좋아한다.
책 속엔 작가의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그중에서 이 문장이 가장 기억난다.
'만남을 통해 내가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되고, 이별을 통해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를 알게 된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불현듯 스치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뒤늦게나마 그저 '설렘'과 '상실감'이란 단어로만 표현했던 순간의 감정을 문장으로 이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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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좀 모자란 것 같다.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순간엔 그저 '힘들다, 지친다, 재밌다, 즐겁다,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단편적인 감정들만 느껴진다.
경험을 통해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 통찰력이 없다.
통찰하고 싶어도 그만큼의 문장 전달력이 없어서 내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말로 풀어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느낌을 책으로 알게 되었을 때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며
그 책을, 작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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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나에게 있어 좋은 글이란,
나는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던 순간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들어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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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주기엔 나는 여전히 글솜씨가 부족하기에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글을 써내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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