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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로 마음이 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짧고 간결한데 여운이 있는 글이 좋습니다. 아마 다들 좋아하리라 생각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에겐 괜히 말을 걸고 싶습니다. 극 I형 인간인데도 알은 체하고 싶어집니다.
주어진 분량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을 온전히 써내는 사람들이 참 대단합니다. 그들의 행간에는 뭔가 특별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 듯도 합니다. 행간의 매력이 작가에게서 고스란히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글이 아니라 글쓴이가 좋은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많습니다.
이병률 작가의 에세이를 꾸준히 좋아합니다. 한번은 책을 사면서 오디오북을 사은품으로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차가 많아 길이 막힐 때면 오디오북을 자주 들었습니다. 4번 트랙이었던가요.
'달빛이 못다 한 마음을 빛추네'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작가는 여행 중에 만났던 노인의 부음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본인이 찍어주었던 사진이 영정사진으로 쓰인 걸 보게 되지요. 그는 고인이 살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기로 합니다. 달빛은 주위를 비추고, 그는 생전에 노인이 길렀을 사과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시골집을, 노인의 영정사진을, 빨갛게 익었을 사과를, 빈집의 공허함을 자꾸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글이 참 좋습니다.
몇 문장 안에 한 사람의 일생을 담는 일, 몇 마디에서 누군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일, 고작 단어 하나에 누군지 모를 이가 그리워지는 일.
그런 일들을 겪게 해주는 글이 예전부터, 아직까지도 참 좋습니다. 이런 글을 쓸 수만 있으면 더더 참으로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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