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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싶은 글은 쉽게 읽히는 에세이같은 글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몰입감이 있고 마음을 울리는 소설을 좋아한다. <밝은 밤>처럼. 그러나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소설은 아니고 (소설은 꿀 찍어먹듯 가끔 행복하게 즐기고만 싶다), 에세이 혹은 나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글을 쓰고 싶다.

쉽게 읽히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나의 경험을 꺼내보겠다. 최근 경제에 관심이 생겨 <트럼프 2.0>과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을 읽었다. 둘다 최근 경제에 관한 책이며, 페이지 수도 비슷하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트럼프 2.0>은 술술 완독했고,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은 꾸역꾸역 읽었으며, 아직 덜 읽었지만 남은 페이지를 어찌 읽어내야 할지 막막하다. 이는 작가의 생각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있느냐,없느냐에서 비롯된다고 느꼈다. 작가가 진실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기에 자료를 덧붙여 자기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 된다. 그러나,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없거나 너무 일반적이라면 그것은 사실을 서술해놓은 교과서에 불과하다. 교과서도 자세히 보면, 짜임새가 있어 작가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듣는 듯 배워나가는 재미가 있는 것도 존재한다.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을 보면 석유의 정의, 역사(예상과 달리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회사 등등이 나열만 되어있지 짜임새가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아쉽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이것이 참 어렵다. 이것은 지식이 많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해당 분야를 통달하면 생길까? 아닌 것 같다.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의 작가 이력을 보자면, 정말 많은 지식을 갖추셨으리라 추측된다. 하고 싶은 말은 영감, 통찰력, 번뜩이는 아이디어 같은 것에서 생겨나고 그들과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직 나는 이런 것을 많이 얻어 본 적이 없다. 샤워기 밑에서 사람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던데, 샤워하다가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날까? 그건 아닌 듯 하다. 창의성이 도움은 되지만, 창의성 또한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배운 지식들을 되돌아보는 데서 오지 않을까? 마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려면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과 그에 대한 감정을 생각해봐야 하듯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나의 지식과 생각을 차분히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되짚어보면서 약간의 창의성을 더하여 희소성이 있는 말이면 더욱 좋겠다.

(6.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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