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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
방어기제.
맨얼굴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다.
내 맨얼굴은 이런 모습이다가 아니라 방어기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말은 난 방어기제가 아주 강하게 작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일까.
사람들이 맨얼굴을 드러내는 때는 언제일까.
가장 행복할 때? 가장 힘이 들 때?
서른이 넘은 난 여전히 화장을 하지 않고 대부분 맨얼굴로 다니는 편인데 내 진짜 맨얼굴은 드러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한 친구에게 진짜 사랑하는 마음을 느꼈던 때가 언제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그 사람과 주말 오후 함께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자신의 모든 방어기제가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진짜 맨얼굴로 마주하는 순간.
'대도시에 사랑법' 영화를 보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사랑에 대해 주구장창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사랑은 보호필름 떼고 하는거야"라는 대사가 마음에 꽃혔다는 이야기를 했다.
난 그렇게 사랑해본 적 없는 것 같아서.
친구는 그걸 안 떼고 어떻게 사랑하냐고 되물었다. 자신은 늘 그렇게 사랑한다고.
그 친구가 너무 멋있고 용감해보였다.
실은 진짜 강한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실은 난 진짜 약한 사람인 건 아닐까.
사랑한다고 해도 끝까지 맨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처음부터 맨얼굴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왠지 내가 너무도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 때가 어쩌면 그 결혼한 친구와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을 아는 내가 사랑을 해본 적 없다 생각하는 건 어쩌면 내 맨얼굴을 어디에도 드러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다.
내 맨얼굴을 어디에도 드러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게 내 약점일 수도 있겠다.
내 맨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꽤 초라하고 외롭다.
더 바라는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말하지만 가진 것도 없다.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음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잃고 싶지 않은 마음.
무너질 나를 알아 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사랑한 모든 것들이 나를 눈물짓게 함을 알기 때문이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하겠다 자신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행동하지 못한다.
현실과 부딪힐 용기가 없다. 어쩌면 내 부족함을 알아 나를 못 믿는 걸수도. 여전히 말 뿐인 나.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안다.
나로써 나혼자 완전하고자 애를 쓰지만 누군가 알아주길 곁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
이게 진짜 내 맨얼굴인가.
나 진짜 아무런 힘도 없구나.
아무것도 없구나.
글로 쓰고 나니 더 초라한 마음.
세수를 벅벅하고 거울 속의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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