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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
지독할 정도로 스스로를 포장합니다. 악취가 나는 매립지를 덮어 수목원을 만들 듯.
갖은 쓰래기를 내면 깊숙히 묻어버리곤 향기나는 꽃과 푸른 풀로 치장한 나를 당신에게 꺼내보입니다.
시간 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땅 속 깊숙히 묻힌 오물의 냄새가 베어날까 두렵고,
찾아오지 않는 이들에게는 오래 전 이곳에 무엇이 묻혀있는지를 알고 있을까봐 두렵습니다.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항상 스스로 되뇌이는 말이 있습니다. ‘그럴 수 없다면, 그런 척하자.’
부지런하지 않습니다.
성실하지 않습니다.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솔직하지 않습니다.
도덕적이지 않습니다.
이타적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거짓이 익숙합니다. 수많은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되어 덩어리진 내가 익숙합니다.
내가 가까이 지내고 싶은 사람일수록 더 많이, 더 깊게 묻습니다.
잃기 싫은 사람일수록 더 화려하게 악취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게 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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