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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

  • 남에게 보여지길 바라는 내 모습과 실제의 나는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만약 24시간내내 관찰의 시선에 놓인채 일주일간 살아야 한다면 얕게나마 가면을 쓰고 어느정도는 가공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기간이 한 달이라면? 어느새 부턴가는 나를 내려 놓겠지만 그래도 밑바닥 까지는 내려가지 않겠죠.
    그럼 평생을 관찰 당한다면 어떨까요? 이토록 과격한 조건에서도 온전한 나를 보여주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적어도 한가지는 있지 않을까요. 그만큼 저는 치부를 드러내길 싫어합니다.

  • 그런데 그 치부라는 것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도덕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은 당연히 감추고 싶을테죠. 위법적 행위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디까지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생각해봅시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지거나 도덕적, 사회적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부분에 있어서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강한 불쾌감을 주는 것도 피하고 싶겠죠. 이런 최소한의 방어 체계로 걸러낸 뒤 남은것들은 조심스레 포장해서 내보일 수 있을것 같습니다.

  • 저는 스마트폰에 얽메이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습니다. 그게 멋있으니까요. 그래서 쇼츠니 릴스니 하는 것들에 그닥 흥미를 두지 않는, 뭔가 남다른 사람처럼 보이려 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지난 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자극적인 빛을 발하는 조그마한 핸드폰에 사로 잡혀 보았던 컨텐츠들에 대해 남들과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숏폼에서 유행하는 어떤 밈을 가지고 왁자지껄 떠들때 저는 고상하게 주변에 앉아 대화에 참여하지 않죠. 내면에서는 '아.. 저거 그런내용 아닌데. 자세히 모르시는 구만!'이라고 생각할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 앞의 손쉽고 짧은 쾌락에 연연하지 않는 지식인 연기를 하는 중이라 대화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가면을 쓰고 밖을 돌아다니다 그날 밤 침상에 드러누워서 멍청~한 눈빛으로 스크롤을 끊임없이 내리며 시간을 축내는 제 모습을 녹화해서 3인칭으로 본다면 정말 꼴보기 싫을것 같네요.

(5.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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