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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

대학교 4년을 다닐 때
버스-지하철-버스 환승으로 편도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통학했습니다.
준비 시간 포함하면 하루에 5시간을 버린 셈입니다.
그런 와중에 4년 내도록 쌩얼로 학교를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네. 독하단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보통 동네만 돌아다녀서 화장을 안 하고 나갈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선크림이나 눈썹 정도는 그립니다.
선크림은 안 바르면 오히려 피부에 독이 되니까요.
눈썹은 제가 끝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안 그리면 모나리자가 돼서 반강제입니다. 크흡..

글도 딱 그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선크림만 바른 정도.
그렇다고 완전 쌩-은 아닌.

선크림을 안 바르면 피부에 독이 되듯
독이 될 만한 것들만 빼고 얘기합니다.
꼬죄죄하고 누추한 거야 뭐 그런 거에 비하면 애교입니다.

그래서 이 ‘독’ 말인데요
적으면 적을수록 수상해져서 몇 번을 지웠다가 다시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범법 행위라 하자니 거기까지는 아니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순 있을 것 같긴 한데.. 근데 그 정도면 솔직히 적어내도 되는 정도인가.. 아 그것도 좀 애매한데.. 뭐라고 정의해야 하지...

‘객관적으로 쓰레기짓이라 보는 사람의 7할 이상이 나한테 정떨어질 수도 있는 짓거리’로 정정해보겠습니다.

아니 이것도
이거 봐봐, 적을수록 이상해지잖아
그렇게 심각한 거 아닙니다.

심각한 거 아닌데 왜 못 적음
적기에는 심각함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임
심각한 거 아니에요
근데 왜 못 적
적기에는
도대체 무슨
그 정도 아니
근데
무한 굴레에 빠짐

말 돌리겠습니다.

말하는 상대에 맞게 주제를 바꿀 뿐이지 비밀이란 게 딱히 없습니다.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 전부 누군가에겐 얘기하고 다닙니다.
못 적어내는 ‘독’이라고 표현한 얘기도 같은 수준의 인성인 친구들에겐 말했습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한데 내가 뭐라고 딱히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되네요.

나.. 뭐 돼..?
안 됩니다.
그냥 지나가는 인간 1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모두가 나를 의식할 거라 생각하는 건 자의식 과잉이라 생각합니다.
제 얘기를 듣고 잊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래서 그냥 머리에 있는 거 그대로 씁니다.
어차피 잊힐 거라 생각하면서.

...라고 스스로 자기최면하면서 쓰는 거고,
누구보다 싹싹 빌고 있습니다.
기억해주길 기억해주길
내 글 짱이라 생각해주길

(5.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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