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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
‘예민함, 의식과 의심, 생각의 어지러움, 부족한 표현력’
잘만 나열해 놓아도 세 번째 단점인 의심에서 멈추고 만다. 단어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내가 과연 예민함이라는 특징을 가질 사람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저 다섯 가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음을 서술해 본다.
예민하다. 감각적 뛰어남이 아닌, 나를 향한 것들에 지독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나와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다면, 그것을 해체하고, 분석하고, 멋대로 판단한다. 이 특징에서 ’의식과 의심‘이 태어난다.
남들을 의식한다. 정확히는 ’나를 어떻게 볼지‘를 의식한다. - 옷차림이 별로인가, 혹시 웃긴 포인트가 있나, 저 사람이 지금 나를 비웃고 있나. - 생각 없는 시선일지 모르는데도, 나는 그들을 의식하며 작아진다.
모두를 의심한다. 나 또한 대상에 포함된다. 감정, 언어, 생각 그 모든 것에 의문을 건다. - 내가 느끼는 것이 이 감정이 맞는가, 이 언어가 과연 솔직할까, 이 생각들이 과연 맞는 방향일까, 이상하게 가면 어쩌지, 어쩌면 모든 것들이 다 거짓일지도 몰라. - 타인의 진심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의 것 또한 진실과 거짓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의심하게 되고, 이 특징들에게서 ’생각의 어지러움‘이 도출된다.
생각이 어지럽다. 정확히는 뿌옇다. 나의 것이 있다. 그럼에도 사회에서 욕을 먹고 싶지 않아 억지로 가공시킨다. 나의 것이 맞는지를 의심한다. 그 순간 일의 자리였던 생각은 수십 개로 늘어난다. 수많은 생각들 사이에서 길을 자꾸만 잃는다. 그래서 나를 ’숲‘으로 비유했다. 깊은 바다가 아닌, 어지러운 숲으로. 그리고 이제 마지막 특징인 ’부족한 표현력‘을 만날 차례다.
표현력이 부족하다. 생각이 어지러우니 말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확답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생각의 단계를 10단계로 나누어보자. 1단계가 시작이고, 10단계가 결론이다. 그렇다면 나는 1~3단계와 8~10단계만 인식할 수 있다. 인식이 생각보다 느리다. 그 결과,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비약만이 가득한 허술한 대답이 전부였다. 아무리 뇌를 붙잡아도, 나는 또 길을 잃어버린다.
순차적으로 특징들의 영향을 나열했지만, 역방향 또한 가능하다. 표현력이 부족하니 생각이 어지럽고, 생각이 어지러우니 의심하고, 의식한다. 의심하고 의식하니 예민하다. 서로 주고받는 이 다섯 가지에 나는 체념하고 말았다.
오늘 글도, 이 특징들을 정제하기 위한 시도가 들어갔다. 의식하며 존댓말을 쓰니 어색해지더라. 그래서 ’-다‘로 쓰는 내가 편하게, 의심 가득한 문장을 깔끔하게 끝낸다. 장점이 곧 단점이라고 한다. 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게, 앞으로 더 마주해 보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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