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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

책장에 파묻혀 사는 사서가 되고 싶다. 무대에서 빛나는 가수의 귀가 되어주는 음향 기사가 되고 싶다. 아이돌 산업에서 브랜딩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음악 공연 기획자가 되고 싶다. 밴드맨이 되고 싶다. 뭐라도 되고 싶다.

난 죽을 때까지 놀고먹고만 싶은 굼벵이다. 하고 싶은 건 넘쳐나게 많다. 좋아하는 걸로 돈 벌고 싶고, 날 챙길 정도로 벌면 딱히 결혼도 별로다. 내가 번 돈으로 혼자 떵떵거리고 살고 싶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제자리걸음만 한다는 것이다. 욕심만 붙어서 끈적하고 시커먼 마음만 자라고 있다.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것이든 얻을 수 없다. 안다. 나도 아는데. 겁이 많다. 무척이나 게으르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다 알면서 한 걸음을 내딛지 않는다. 생각과 동시에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내 친구는 그냥 대구보다는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대학원 시험을 봤다. 떡하니 붙어 학교도 잘 다니더니 강남에 회사도 들어갔다. 그 친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걸 보며 시커먼 마음은 두 배로 자랐다. 물론 소중한 내 친구이기에 항상 응원하고 있다.

실패할지 두렵고,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에 신경을 쓴다. 심지어 모각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마저도 굉장한 고민을 했을 정도랄까. 온갖 어둡고 치사하고 더러운 수식어를 잔뜩 붙은 내 모습이 나올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펑펑 울어버린다. 뭐가 그리 무서워 한 발 내딛지도 않는지. 출발선 앞에서 누가 밀어버려 머리카락이라도 빼꼼 나갔으면 좋겠다. 이 와중에 노력할 생각은 없고 남이 날 밀어 주기만 바라고 있다. 그냥 가끔, 아주 가끔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다. 읽어볼 만한 글의 제목인 ‘이 비루한 인간의 욕망‘. 오늘 내 모습의 수식어로 딱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 글을 다시 보고 박장대소했으면 좋겠다. 푸하학.

(4.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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