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맨얼굴
한참 생각했습니다.
들키기 싫은 나의 맨얼굴은 뭘까?
아침에 눈뜨자마자 주제를 본 순간부터
퇴근을 한 지금까지 하루종일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이라곤 어이없게도 진짜 말 그대로 화장을 안한 맨얼굴 뿐이었습니다.
‘에휴… 이거라도 주제로 잡고 써야겠다…‘, ’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얼마나 황당하실까..ㅠㅠ‘
이런 생각을 하면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 순간
제 약점이 번뜩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생각이 안나더니…
괜찮은 척
좋은 척
부지런한 척
열심히 하는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온갖 척…
그 척을 잘합니다.
네, 맞습니다. 가식적인거죠.
괜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
싸우고 싶지 않은 마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
좋은게 좋은거라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가짜
가끔은 정말 이중인격인가 싶을 정도여서 제 자신이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
진짜를 알게되었을 사람들의 반응이 무서워 더 꽁꽁 숨기고 그런 척 했습니다.
잠시 들켰을 때를 상상해보았는데, 끔찍하네요.. 그 실망한 얼굴들이 떠올랐어요.
그 와중에 나의 그런 척의 진실을 알아봐주는 몇몇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저를 혼내주고, 조언해주고, 위로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어쩌면 그 사람들 덕에 숨통을 트이고 사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진짜를 드러내면 숨통이 트이는걸 알면서도
또 다른 사람들 앞에선 척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사람들은 저의 진짜 마음을 몰랐음 하거든요.
이게 무슨 엉망진창인 생각이냐 하시겠지만
제 주변 모두와 진짜 마음을 나누기엔 제가 너무 작은 사람인가봐요.
이렇게 작은 저는
제 진짜 모습을 알아주는 정말 사랑하는, 정말 감사한 몇몇 분들 덕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빌어 제 가짜 모습을 마주하고 계신 분들께 사과를 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해치진 않을거예요.
좋은 사람인 척 하고 있는 중이라서요.
그래서 전 오늘도 열심히 척을 하며 하루를 보냈어요.
오늘따라 더 횡설수설 하는 것 같은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네요.
제 약점을 말했더니 부끄럽고, 도망치고 싶고, 숨어버리고 싶어져서 그런가봐요.
그럼 이제 횡설수설 그만하고
회복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짜 마음을 나누러 가보겠습니다.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