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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
피가 떨어지고 나는 웃는다. 항상 그 자리에 서있고 다시 웃는다. 손으로 어깨를 움켜쥐고는 되뇌인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과연 그럴까. 누군가에게 복수하기에는 나의 바늘이 하늘로 선 듯이 날카로워서. 그게 고통스러울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결국 방향을 돌려 나를 찌르고 또 찌른다. 이 아픔은 깃털과 같다고 이성에게 주입한다. 사실은 그러하지 않음에도. 이성은 버티기 위해 받아들인다. 표출할 곳조차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아, 그렇다면 이 괴로움은 언제 끝이 보일까. 텅 빈 동굴에는 불빛 하나 없다. 그럼에도 나는 고통의 원인의 뼈대조차도 없어질 때까지 곱씹고 씹어낸다.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목구멍으로 그 거친 뼛조각들까지 꿀꺽대며 삼켜버린다. 나의 장기와 피에서 떠다니고 있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 잔재를 견뎌 낼 수 없어 강물로 몸을 던진다. 그 어떤 생명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그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큰 절망을 가져다주는 이 세상.
이 세상은 너무 절망할 것들이 많아서 행복할 것들도 넘친다는 이 사실.
본모습을 드러내기 두려워 나의 감정을 피하고 숨어버리고 싶다는 이 본능.
누추한 모든 것들도 결국 나임을.
죽어진 것들에서 온기를 발견한 순간, 원인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고 그곳엔 사랑스럽고 유일한 맨얼굴이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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