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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얼굴

저는 말을 잘합니다. 문제는 말만 잘합니다.
실행을 해야 하는데, 입만 살아서 영원히 공상을 하느라 현실까지 옮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이렇게 해서 저렇게 저렇게 만들면 진짜 세계 정복이다.'라는 생각만 3년째 하는 게 100가지 정도 됩니다.
그리고 겁도 많습니다. 직업 특성상 남에게 제가 빚은 것들을 돈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그게 무서워서 굶어죽기를 선택합니다. 물론, 굶어 죽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하지만 아직도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건 무섭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언제나 자신감 있고 뭐든 제 직감대로 잘 해내는 줄 알아요. 사실 속으로 오백 번 되새김질한 뒤에 내놓은 것들인데. 아무래도 이번 생은 소 위장으로 살아야 할 성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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