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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은 대개 선천적인 것이었다. 그 범위도 무리하게 원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내 기준에 마음에 드는 외모, 서울에 거주하며 놀고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집안 재산, 내가 좋아하고 물려받을 수 있는 가업, 그런 평범하게 세속적인 것들이지만 내게는 없었다는 점에서 부재의 대상이었고, 과했던 것이었다.
날 때부터 정해진 것을 어떻게 가질 수 있겠는가. 이미 선험적으로 가지지 못한 것인데. 영화 <가타카>에서는 우주선을 탈 수 없는 유전자를 가진 주인공이 머리카락 한 올 흘리는 것도 조심하면서 타인을 연기한다. 평생을 갈아넣을 만한 단 하나에 집중할 만한 성격도 못 되고, 내가 가지고 싶었던 건 선천적인 것인데 노력해서 얻는 건 그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질투를 산 순간들이 있었다. 질투의 속성이란 단방향이라서, 열망하는 이는 지하실 끝까지 내려가도 질투의 대상은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상대에 따라선 내가 만만하게 따라잡을 만한 상대라고 생각한 건가 불쾌한 감정마저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의 가장 강렬한 질투의 감정은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추상적인 존재다. 내가 받았던 노골적인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일도 없다. 왜냐하면 앞선 욕망의 예시처럼, 그들은 내가 접촉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질투는 종착지도 없고 당연히 중간목표랄 것도 없다.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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