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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저는 존경하는 위인이 없습니다. 닮고 싶은 사람도 없으며, 부러운 사람도 딱히 없습니다. 다만 천재이지 못한 것이 한탄스럽습니다. 저는 세상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싶거든요. 이를 연구하는 현대물리학의 첨단에 서 있는 천재적인 학자들과 그들의 연구 결과를 자주 살펴봅니다. 그곳에는 무언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나도 거기에 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일 뿐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너무 똑똑하거든요. 그렇다면 일단 한발 물러서서 그들이 정립해 놓고 이미 검증해 놓은 이론이라도 알아보는 게 좋겠죠. 이에 나름대로 이것저것 책을 들여다보지만, 그마저도 근본적인 이해에는 다가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한탄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질투라기 보다는 나의 능력 부족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더 큰 것 같네요.


누군가가 제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이 누구냐고 물으면 쉬이 대답하지 못합니다. 딱히 없으니까요. 그런데 질투가 나는 작품은 있습니다. 라라랜드가 그것입니다.

아직도 라라랜드의 오프닝 씬을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영화관에 갔을 때였죠. 영화는 시작부터 나의 눈과 귀와 생각 그 자체를 강하게 붙잡고 뒤흔들었고, 노래와 군무의 대향연이 끝나며 제목이 화면 가득 뜰 때 생각했습니다.

'아! 실수했다. 더 좋은 영화관에서 볼 걸!!!'

너무나도 취향에 맞는 영화였습니다. 저는 영화와 음악을 한시도 놓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 영화의 감독 데미언 셔젤 또한 그런 시절을 지내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데미언 셔젤과 저에게는 라라랜드를 만들었느냐 아니냐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주 큰 차이죠. 이 영화에서 음악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음악영화이니만큼 시종일관 좋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모든 곡을 작곡한 저스틴 허위츠는 데미언 셔젤과 대학 동문으로 심지어 룸메이트였다고 합니다. 어찌나 이토록 운명적인 만남이 있을까요. 학식 높은 부모와 좋은 환경, 그리고 뛰어난 영혼의 단짝과 감독 개인의 재능. 이 모든 것의 총체가 라라랜드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내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저런 환경에 있었다면 라라랜드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질투를 한 번씩 하기도 하죠.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질투의 대상이 데미언 셔젤 감독이 아니라 그의 주변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정말 우연히도 저런 환경이 갖춰졌을때 제가 라라랜드 같은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질투보다는 좌절의 감정을 느낄 것 같습니다.

저에게 질투라는 감정은 이토록 묘한 것이군요.


(6.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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