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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나는 내가 질투하는 대상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쓴 건 어쩌면 '질투'가 아니라 '불만'일지도 모르겠다.
<분노의 광역시>
잠옷입은 여자가 거리를 서성이며 밤을 찾고 있었다
얼룩 고양이는 꼬리로 바람을 휘저으며 꿈들을 사뿐히 밟으며 기어다녔다
나는 아파트들이 너무 높다고 나는 아파트를 다 쓸어버리고 싶다고
여자의 잠옷의 단추구멍에 대고 속삭였다
잠옷입은 여자의 꿈속에서는 고양이가 아파트를 짓밟으며 뛰어다녔다
고양이는 더 높은 곳을 찾아 다녔고 산은 금세 얼룩지게 되었다
나는 공원 화장실 변기에 앉아 똥을 누었다 그런데 구청직원들이 달려와서
제발 변기에 휴지를 버리지 말라고 애원했기에 나는
똥닦은 휴지를 물에 불려 잘 싸서 먹었다
직원 하나가 변기 커버를 닫았고 다른 하나가 물을 내렸다
변기는 잠시 잠깐 침묵하더니 물을 뻐끔뻐끔 뱉어냈다
물 속에서 고양이 수염 몇 가닥이 발견되었다
<안녕은 싫어>
회전목마의 말은 무사안일
발 없는 말도 뿔 없이는 안이한걸
시답잖은 말놀이… 창문 없는 기차 같은 것,
바람에 녹는 솜사탕이나 교복 입은 어른들,
돈 주고 산 비명 같은 것
안 삼, 안 사요
시답잖은 시를 팔면서
목 메일 듯 기다리는 건
조용히 불러도 안 오는 아이들
안 육, 안 육… 못찾겠다
<지네>
어제는 아무 일도 없어서 너무 피곤했다.
나는 목이 꺽인 채로 잠들었다.
진홍색 머리의 지네가 컴퓨터 선들에 엉켜서,
움직이지 못하고 잠들었다.
아, 불쌍해라. 다리가 저렇게 많아도 무용지물이라니.
오늘은 피곤한 척하느라 너무 피곤하다.
우리 집 다리 많은 동물들이 일하러 나가고
나의 손은 사과처럼 퉁퉁 부었다.
엄마의 전화는 가스밸브 잠갔나 확인하라고
누나의 전화는 고데기선 좀 뽑아달라고,
알았어, 근데 내 손이 자꾸 간지럽다.
정력이 분출하는 계절,
나는 오늘 마스크와 숨막히는 키스를 했다.
(꽃가루가 실은 나무의 정자래서)
나는 오늘 사람들의 바지 아래 종아리를 구경했다.
(종아리가 제 2의 심장이래서)
나는 손이 간지러워서 지네를 밤새 주물렀다.
피곤한 척하느라 잠이 안 온다.
나도 안다, 눈꺼풀이 자꾸만 얇아질 때,
베개를 뒤집어 베고 누우면,
내 머리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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