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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약은 열정>
최근 내 욕망이었던 것 = 스케이트 보드 ‘잘’ 타기
영화 미드 90을 본 날 스케이트 보드 원데이 클래스를 예약했다. 쿨했다. 크루 문화, 힙한 스타일, 4K 아니라 조금 바랜 색감, 우정에 홀딱 반해 잠 안 자고 보드 영상도 찾아봤다.
평일 저녁 혼자서 1시간 남짓 기초 동작을 배웠다. 기껏 해봤자 가고 서기, 방향 바꾸기, 그리고 넘어지는 자세가 전부인데 보드 배우러 방문한 시간부터 끝날 때까지 확 식어버렸다. 흥미가. 그것도 한방에.
영화랑 다르게 혼자였고, 성별 다른 선생님, 넘어지는 게 웃기기보다 부끄러웠고 뭐 이제 그만 집에 가도 되겠다 싶었다.
맞다 직전까지 재밌었다. 뭐든 잘하게 되면 재밌는 건 나도 잘 아는데. 보드장 이름대로 ‘오늘은 요까이’ 면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쿠팡에서 일단 보드부터 사려했던, 인스타 알고리즘이 하루 만에 보드 타는 멋쟁이와 보드판 바꾸는 방법으로 도배 돼버린 나는 어디 가고 없었다.
무릎에 멍든 채로 버스에서 생각했다. 나는 애초에 뭐든 잘 해내야 했던 강박이 있는 나머지, 불안해서 남들보다 굳이 어렵게 길을 간다.
생긴 목표가 업으로 바뀌면 내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목표가 생겼다는 건
이미 그 목표를 이룬 대상을 찾아 알고 있다는 것이고,
아는 그 대상이 많아지는 건
비교 대상이 생겨 스스로 재고 재단하는 시간이 느는 것이고,
대게 그 대상들은 내가 못하는 것을 특히 잘하기 때문에
종종 우울해진다.
특유의 민감함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볼 때 나는
그냥 ‘더 배워볼까? 아쉬운데’ 생각이 들 만큼
혹은 생각이 들 때, 즉 가장 마음이 즐거운 때를 그저 즐기면 되는 사람이다.
하도 당일에 식는 약은 열정을 많이 겪어봐서인지 이젠 욕심이 드는 순간을 즐기기로 해버렸다.
그래서 어쩌다 잘해지는 건 바람직하나,
본격적으로 잘하고 싶은 마음은 때로 부정적이고 피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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