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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이 미션이 싫다. 처음부터 너무 하다. 왜 싫어하는 사람을 갑자기... 미션이니까 억지로 떠올려본다. 짜증이 올라온다. 오래 눌러 두었던 만큼 강렬한 에너지로 솟구친다. 심장쪽이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얼굴에 열감이 느껴진다. 눈을 부릅뜨게 된다. 다시 그를 왜 생각해야 하는지 현타가 온다. 갑자기 잘생긴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누구나 좋아할 선한 표정의 그. 난 지금도 미워하지 못한다. 그저 싫어 만 할 뿐이다. 그가 아니라 그의 약함을 싫어했다는 걸 기억한다.
이미지의 시대에 딱 맞는 아이콘이 그이다. 화려한 스펙과 호감형의 외모를가졌다. 차려입고 나서면 시선이 집중된다. 매너와 유머까지 겸비한 그는 다 가진 사람같다. 나도 그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는 내게 부탁만 했다. 그의 부탁을 거절할 힘이 내겐 없었다. 거절을 모르는 사랑만 있었다. 사랑이 한결같으면 호구가 된다. 호구가 되고나서야 겨우 싫음을 배웠다.
'좋은게 좋다'는 말은 문제 회피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그는 좋은게 좋다쪽으로 도망친다. 필요할 때만 돌아왔다. 그는 필요한게 많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는 나처럼 필요한 게 많지 않았다. 그를 사랑한 사람들이 그의 필요를 만들었다. 그를 그들의 욕망대로 꾸미고 싶어했다. 그는 자신을 회피하며 그들의 욕망을 선택했다. 이 점이 나와 많이 닮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러하다. 우리의 다른 점은 '좋은 게 좋은 것이다'에 대한 의견이다. 그는 그 말을 믿는 쪽을 선택했다. 나는 저항하고 거부했다. 이 차이가 우릴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그와 다른 우주에 산다. 그를 등지고 있다. 나와 닮아 있었던 부분을 보고 싶지 않아서다.
이 미션이 싫었다. 너무 한다 싶었다. 싫은 사람이 나와 닮은 걸 인정하게 만들 줄 알았다. 슬픔이 밀려온다. 그를 미워하고 싶다. 그런데 미워지지 않는다. 우리의 다름은 괜찮았다. 오히려 같음이 싫음을 만들었다. 나는 그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필요한게 생겨도 그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랬다. 절대 돌아올 수 없게 할 것이 필요했다. 매일 눈물을 모았다. 몇년을 모으니 강이 되었다. 눈물의 강은 그와 나 사이를 가른다. 그는 왠만해선 그 강을 건너지 못할 것이다. 강물이 내 눈물이라는 걸 그가 눈치채면 좋겠다. 미안함 때문에 돌아가길 바란다.
그가 싫다. 아직도 여전히. 그 많은 눈물도 싫음을 전부 씻어내진 못했다. 누구도 싫어하고 싶지 않다.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 않다. '좋은 게 모두에게 좋은 것'이 되는 어떤 날을 기다린다. 햇살 아래서 그의 농담에 깔깔 웃고싶다. 그랬던 어린 날의 우리가 그리운 날이다.

(6.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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