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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위선자. 배신자. 넌 내게 심한 모욕감을. 아니, 실망감을 줬어. 한 순간에 사람이 그토록. 또 그렇게나 깊이있게. 싫어질 수 있나 싶었다.
물론 생각해봤지. 내가 잘못된 건가 하고. 물론 다시 또 생각했지. 내 잘못도 있겠지 하고. 근데 아무리 돌이켜봐도. 수없이 되새김질 해도.
하, 너는 그냥. 내 뒤에서 날 깐 거야. 내가 모를 줄 알고. 그것도 거짓을 써가면서. 왜 그랬니. 왜 그랬을까. 내가 미웠니? 내가 모르는 이유로? 아님 그냥 거슬렸어? 그것도 아니면...... 누구랑 친해지고 싶었니. 그래서 날 도마에 올렸니.
하, 그래, 사실 알고 있었어. 네 입, 새털보다 가볍단 걸. 그 입, 조심해야 한다는 걸. 그래도 난 신경 안 썼어. 나쁜 점 없는 사람이. 단점도 없는 인간이. 세상에 어딨겠니. 근데 괜찮다고 생각했어. 난 예외일 줄 알았어. 내 인생은 떳떳했거든. 욕 먹을 짓은 안 했어. 그러다보니 말야. 착각해버렸지 뭐야.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때는 몰랐지. 이렇게까지 될 줄은. 있잖아. 어떻게 됐는지 알아? 네가 뭘 했는지 알아? 내 인생이 망가졌어. 떳떳한 세상이 무너졌어. 네 거짓된 말 한 마디로. 그 가벼운 말 한 마디로.
그냥, 그냥 있잖아. 대놓고 까지 그랬어. 거짓이든 뭐든 간에. 대놓고 지껄이지 그랬어. 그럼 내 맘도 편했겠지. 더 슬픈 건 뭔 줄 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떼내지 못했다, 내가.
그래, 알아. 말뿐인 사과 잘 받았어. 그래, 맞아. 너는 평온하고 싶겠지. 기도하겠지. 너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그런데 부질없지 않니? 너는 결코 얻지 못해. 마음의 안식 같은 거. 그 비스무리한 어떤 것도. 왜냐면 말이야. 널 미워하는 내가 있거든. 널 용서 안 한 내가 있거든.
뒷담이나 까면서 살아. 그 고운 얼굴로. 계속해서 오래도록. 널 미워할 수 있게 말야.
고마워. 이렇게도 편하다. 누굴 싫어한다는 거. 이렇게도 쉽다. 누굴 미워하게 되는 거. 네 덕분에 있잖아. 쉽고 편한 길을 다 택한다.
내 영원한 배신자. 넌 있잖아. 내 인생 최대의 배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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