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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겨울에도 나무는
물을 빨아당긴다.
그리 두텁게 쌓인 눈일지라도
어느순간 나무 둥치 둘레엔
흙이 드러나 있다.
뿌리가 땅 위의 눈을
아래로 잡아당겨 녹여 버렸나니
눈 덮인 모든 땅이 얼어붙었다고 생각할때
겨울나무는 주변을 녹인다.
봄은 겨울에 준비하는 것이라며
민달팽이 - 이동일 지음
이 시집을 참 좋아한다. 자연을 그대로 비추고 있을뿐인데 작가가 얻은 지혜와 느낌들이 담겨있는 게 좋다.
읽으면 고요해지는데 잔잔하게 아름다움이 마음 속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어서 이 시집을 자주 읽어보곤한다.
꾸밈없이 소박한 그 필체는 마음 속에서 가볍게 곱씹기 좋다. 슴슴한 두부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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