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도둑질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열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 열정이 죽어버렸다.
…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
넌 무엇을 기대했나?
…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 중>
성인이 된 후 점점 더 소설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허구라는 설정을 하고 시작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그 소설을 쓴 작가님들을 비난하는건 아니다.)
현실적인 얘기만 하길 바랬다.
그래서 과학책, 미술에 관련된 책 같은 지식과 상식을 얻을 수 있는 책들만 읽게되었다.
그러다 최근 스토너라는 책을 알게되었고 한참을 읽어볼까 고민한 후 첫 장을 펼쳤다.
앉은 자리에서 3시간 정도 만에 다 읽었다.
마음에 쾅! 하고 다가온 부분들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중 하나가 위에 쓴 글이다.
이 책은 정말 자극적인것도 하나도 없고, 그렇게 찾아대던 지식도 없고
그냥 한 사람의 인생이 슴슴하게 정말 간이 하나도 되지않은 흰 죽 마냥 쓰여져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렇게 술술 잘 읽혀지는지.. 이게 왜 이렇게 날 끌어당기나 의아해 하면서도 책을 놓지를 못했다.
그러다 마지막 부분에서 ‘넌 무엇을 기대했나’ 라는 주인공이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을 본 순간
머리에, 마음에 쾅!! 망치로 내려치는 느낌이었다.
이 한 문장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내 삶, 남들은 다 저렇게 특별하게 이런 저런 이벤트를 만들어 가며 사는데
난 뭐가 이렇게 없고 무미건조하고 특별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나
내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어제의 글처럼 그들을 질투하기도 하면서 살던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누구나 아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 내가
주변 대부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내가
이쁘고 잘난 사람들 틈에서 그렇지 못한 내가
남들이 보기엔 잘못된 것 같고, 실패한 삶으로 보이겠지만
심지어 스스로도 그렇게 느껴졌던 내 삶이지만
사실 쭉 돌이켜 생각해보면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 중 아니냐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애초에 뭘 엄청나게 대단한걸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는데 뭘 그렇게 실망하고 힘들어하고 있냐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잘 살고 있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뒤로 이 책을 생각날 때 마다 읽는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해리포터를 365일 중 300일을 보듯이 읽는다.
해리포터와 비교한다는건 나에게 최고의 찬사이니
혹시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쯤 읽어보고 위로를 받으셨으면 한다.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