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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1.
잠에 들지.
눈이 붓지.
꿈에서까지 나의 친애하는 우울을 나눌 필요는 없으니.
숲과 불과 재와
연기가 떠오르는 새벽입니다.
나의 머리통을 불태워줘. 물론 꿈속에서요.
어린 내가 친구들과 함께 흩어지는데요.
계속해서 속아 넘어지겠습니다. 그때 나의 마음 누가 훔쳐갔는지.
혹시 그건 나의 매혹 아니었는지.
그러나 새벽은
저녁의 또다른 이름이자 황홀이었다.
나는 아직도 꿈에서 그네를 타고
정글짐 오르며
발을 구르고 있다. 미안, 목소리 한번 듣고 싶어서 그랬어.
선생님, 삶은 불평등해요. 그러나 죽음은 평등하고
같은 모양의 무덤을 갖고
공중묘원에서
나는 두 눈이 멀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맞아요. 아직 섣부르고 어린 피입니다.
달은 어둠을 불러모읍니다. 나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삐져나온 두 발을 의식하며
차가운 칼날을 상상하다가······
천사가 와서 입을 맞춰주겠지요.
부끄러워 얼굴을 가렸어요. 잠들기 전마다 취한 상태고
말릴 사람이 없죠. 속도가 자꾸 붙어요.
상처 아문 자리를 긁고 또 긁으며
새 상처를 만들고 내가 도움을 요청했나요?
네. 안 했다면 다행이네요.
나의 장례식에서 아무도 울지 말아요.
그러지 마. 위선적이니까. 물론 나는 죽지 않아요.
분노가 흔들거리니까
내가 흔들거리며 걷는다. 어린 내가 꿈의 그네를 타는데.
달은 외눈이었고
양초는 외마음이었다.
우울은 비웃음.
괜찮아요. 나는 이분법을 다 버렸다. 애정과 증오가,
사랑과 살의가 하나의 마음이라는 걸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 그리고
잠에 들지.
눈이 붓는데.
친구들, 미안합니다. 내가 이런 망상에 휩싸여도
날 미워하지 말아요.
임산부의 눈동자에도
태아의 눈동자가 깃들어 있다는 걸 믿겠습니다.
나의 친애하는 우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소문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둣이 슬픔을 만들어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내가 울었다.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2.
사람이 사람 그려 사람 하나 죽게 되니
사람이 사람이면 설마 사람 죽게 하랴
사람아 사람을 살려라 사람이 살게

1번은 양안다/퇴원 이라는 시 입니다
2번은 우리나라 시조입니다 김형경/성에 라는 소설에서 알게되었습니다
유독 기억에 남는 글들은 전부 제가 저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시기에 읽었던 것들 입니다
그외에도 너무나 많지만 한강 작가의 시집은 저를 구했다고 여깁니다

(5.9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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