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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전 세계 디즈니랜드를 모두 꼭 가봐야지 버킷리스트로 둘 만큼 좋아했다. 여전히 좋아한다. 희망, 동심, 사랑, 해피엔딩을 상징하는.
지난 해 홍콩여행에서 디즈니랜드를 선택하지 않는 내 모습에 놀랐던 적이 있다.
난 꽤 많이 어른이 되어 이야기 속 캐릭터들을 만나면 마냥 신이나기보다 행복함이 가득 드러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한 발 물러나게 되고,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두시간을 기다리며 설레기보단 두시간을 기다릴 가치가 있나 따지게 된다.
끝없이 줄지어 늘어놓은 귀여운 인형들을 보며 갖고 싶다는 마음 동시에 이 수많은 상품들을 찍어내는 과정을 그려보게 되고,
어마어마하게 넓고 큰 놀이동산을 돌아다니며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쓰레기통, 다양한 상점에 넘쳐나는 일회용기를 보며
자연을 아프게 하는 많은 것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면에서 눈물과 땀을 흘리고 있을지 항상 같이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디즈니랜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법같은 하루를 선물한다.
하루뿐일 한순간 사라질 환상같은 날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현실에 찌든 어른들에게 숨과 동심을 찾아주고,
머리 하얀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마음과 미소를 건넨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믿는다.

명확하게 좋고 싫은게 분명했던 나는 좋고 싫다는 이야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진짜 미친듯이 좋아하던 것도 진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번 더 생각한다.
진짜 싫어한다고 막 말해도 될까?

어떤 때와 상황에 따라 우리의 마음은 계속 변한다. 영원한 건 없다.
어쩌면 모든게 다 하나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걸지도.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거지 뭐 그리 복잡하냐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런 사람인걸.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내가 좋다.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건
어쩌면 나와 다르지 않을 연둣빛 자연과 밤하늘의 별.
소리도 냄새도 촉감도 좋은 비오는 날,
세상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과학,
도무지 모순의 연속인 인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철학 같은거.
아! 라떼 뺄 수 없지. 꼬수운 중독.
들리던 소리가 다 시끄럽게 들리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엔 음악도 다시 좋다.
친구가 추천해준 중국 드라마 ost도 너무 좋던데.
최근에 본 '일인칭 가난'이라는 책도 진짜 너무 좋았다.
챕터의 마지막 문장들이 너무 절절해서 마음을 울렸다.
이 사람이 토해내는 마음들이 너무 처절해서 너무 억울해서 한 챕터 읽고 차오르는 마음에 책을 덮고 창 밖을 보다
또 한 챕터 읽고 가만히 여운을 느끼다 그렇게 천천히 읽다 덮었다 읽었다.
학교폭력물 같은 범죄장르들을 너무 싫어, 진짜 싫어하는데 우연히 '약한영웅'을 봤는데 수호 시은에게 빠져버렸다지..크,,,
난 이제 이 장르도 싫다 이야기 할 수 없다.

지금 좋은게 너무 많아 다 쓰기 어려울 정도.

싫어한다.
좋아하는걸 생각하다보니 싫어하는게 생각이 안난다. 지금 내 머릿 속은 좋아하는 것들이 꼬리 물기를 시작했다.
진짜 떠오르지 않아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다.
싫어하는 마음이 올라오면 그때, 파보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맘껏,
언제 싫어질지 모르니 언제 식을지 모르니 충분히 만끽하며 살자.
그렇게 하루하루 살자.
좋아! 너무 좋아!!

(8.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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