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퇴고
술.
이유도 없이 미션을 보자마자 자동 반사처럼 떠올랐습니다. 예... 저 이거 끝나고도 술 마시러 갑니다. 심지어 혼자 갑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술 마시러 가게. (크리스님 죄송...)
언제부터 술을 이렇게 좋아하게 됐을까요. 맛도 없는 걸 왜 이렇게나 찾는 건지. 처음엔 호기심이었는데, 다음으론 도피성이 돼 버렸습니다.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얼큰하게 취하러 갔습니다. 대박.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짱 많네. 중독으로 이어졌네요.
사회생활이란 걸 그만두고 혼자가 된 후부터는 술도 줄었습니다. 스트레스도 줄었고, 만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아서요. 중독을 떠나서 술 자체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라, 친구를 볼 땐 종종 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칵테일'. 주종을 안 가리긴 하지만, 사실 술 자체가 맛있다고 느낀 건 아니었습니다. 맛없는 술을 마신 후에 먹는 안주가 맛있던 것뿐입니다. 원래도 맛있는 안주가 더 맛있게 느껴지고, 기분도 좋아지니, 완전 행복하잖아-
그런데 칵테일은, 술 자체가 맛있더라고요. 매번 그냥 알바들이 해주는 칵테일을 마셨을 땐, 달기만 하고 비싼 술이었는데, 칵테일 전문 바를 가니, 오잉? 분명 같은 이름의 술이었는데, 다른 게 나왔네. 은은한 술 향도, 맛도, 풍미가 말 그대로 '비싼 맛'이 났습니다. 비싼 값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칵테일에 입문했습니다.
바텐더마다 같은 술이 다른 술이 되어 나옵니다. 그게 너무 신기해서 바 투어를 좀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서비스직이라 그런지, 바텐더분들이 하나같이 다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이야. 술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좋네. 그대로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아 버렸습니다. 내 통장 어떡하지.
눈치채셨겠지만, 끝나고 바 갑니다. 바의 문화가 좋습니다.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쌓습니다. 일반 포차에서는 다른 손님들이 말 걸러 오면 의심부터 하게 되는데. 바에서는 혼자 오시는 분들과 대화하게 될 때도 많습니다. 오로지 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광기 섞인 추천도 받아봅니다. 아무런 다른 마음 없이, 정말 순수 알콜중독자들의 대화가 재밌습니다. 어디서 이런 대화를 해보겠나요.
뭣보다 바텐더분들은 의외로 다들 어리십니다. 또래 비슷합니다. 약간 돈 내고 친구의 시간을 사는 기분도 듭니다. 물론 내 돈은 사장한테 가겠지만...
적다 보니 신나서 혼자 떠드는 오타쿠가 된 것 같네요.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거 아닐까요. 술 마시면서 겪은 일들과 미담 다 적으려면 이 원고지 다 쓸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의 많고 좋은 경험과 기억, 추억을 얻는 데 안 좋아할 수가 없네요.
이 취미 계속 유지하려면
돈이나 벌어야겠습니다.
그리고 큰일 났습니다. 술 생각하면서 헤실헤실 잔뜩 적었더니 싫어하는 걸 생각 안 했습니다. 나 뭐 싫어하냐...
좋아하는 건 맨날 끄집어내고 싫어하는 건 슬슬 잊으려 하다 보니 9시는 다 돼 가고 기억은 안 나고.
제일 싫어하는 건 '예의 없는' 게 아닐까 싶네요.
당장 오늘.. 그러니까 4시간쯤 전에. 학원 원장님께서 7세 아이에게 " ~ 이거 해야지"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뭐래요"
원장님께서 그건 친구에겐 해도 되지만 선생님껜 하면 안 된다고, '버릇없는' 말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7살은 괜찮습니다. 근데 어른은 그러면 안 됩니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그건 버릇없는 말이야'라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집니다. 그러니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수습도 스스로 해야 합니다. 적고 보니 저도 그냥 7살 하고 싶네요. 딱히 어른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닌디... 그래도 술 마셔야 하니 어른으로 살겠습니다.
"나잇값을 해"라는 말이 제일 어렵네요.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져야 하고, 아무도 고쳐주지 않으니 셀프로 알아가야 합니다.
아니 시간은 다 돼 가고 얘기는 점점 '예의'에서 벗어나고 다시 쓸 수도 없고 생각의 흐름 그대로네요.
뭐 알맹이도 없고 그냥 일기 됐네
칵테일 추천이나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불바디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칵테일입니다.
달고 맛나요. (도수는 높아요!)
-
주제 보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화면을 껐습니다.
포기할까...
예... 저 1시간 동안 원고지 11장 썼습니다.
이걸 따라 적고 수정해서 또 적으면 몇천 자를 적으란 얘기일까요.
진심인가요. 해야 돼? 진짜?
말 그대로 줄줄 적어둔 거라 수정할 거 정말 많이 보이긴 합니다.
어쩐지 크리스님이 자꾸 머릿속에 돌아다니시네요...
울면서 수정해보겠습니다.
마지막에 시간상 끊긴 내용도 추가했습니다.
-
술.
이유도 없이 미션을 보자마자 자동 반사처럼 떠올랐습니다.
저 이거 끝나고 혼자 술 마시러 갑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술 마시러 가게. (크리스님 죄송...)
언제부터 술을 이렇게 좋아하게 됐을까요. 맛도 없는 걸 왜 이렇게 찾는 건지. 처음엔 호기심이었는데, 다음으론 도피성이 돼 버렸습니다. 생각이 많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얼큰하게 취하러 갔습니다.
대박. 스트레스 주는 사람 짱 많네. 중독으로 이어졌습니다.
사회생활을 그만두고 혼자가 된 후부터는 술도 줄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줄고, 만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아서요. 횟수는 확실히 줄긴 했지만, 중독을 떠나서 술 자체를 좋아하니, 친구들과 있을 땐 종종 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칵테일'. 주종을 안 가리긴 하지만, 사실 술 자체가 맛있다고 느낀 건 아니었습니다. 맛없는 술을 마신 후에 먹는 안주가 맛있던 것뿐입니다. 그냥도 맛있는 안주가 맛없는 술과 대비되며 더 맛있게 느껴지고, 알딸딸하게 기분도 좋아지니, 완전 행복하잖아-
그런데 칵테일은, 술 자체가 맛있더라고요. 매번 그냥 알바들이 해주는 칵테일을 마셨을 땐 '달기만 하고 비싼 거'였는데, 칵테일 전문 바를 가니, 오잉? 분명 같은 이름의 술이었는데, 다른 게 나왔네. 은은한 술 향도, 맛도, 풍미가 말 그대로 '비싼 맛'이 났습니다. 비싼 값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칵테일에 입문했습니다.
바텐더마다 같은 술이 다른 술이 되어 나옵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다른 바텐더분들의 술은 또 어떤 맛일까 두근두근합니다. 이 이유로 바 투어를 좀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서비스직이라 그런지, 바텐더분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이야. 술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좋네.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혀 버렸습니다. 내 통장 어떡하지.
눈치채셨겠지만, 끝나고 바 갑니다.
바의 문화가 좋습니다.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쌓습니다. 일반 포차에서는 다른 손님들이 저에게 말을 걸면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는데. 바에서는 혼자 오시는 분들과 대화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오로지 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광기 섞인 추천도 받아봅니다. 아무런 다른 마음 없이, 정말 순수 알콜중독자들의 대화가 재밌습니다. 어디서 이런 대화를 해보겠나요.
뭣보다 바텐더분들이 의외로 다들 어리십니다. 또래 비슷합니다. 약간 돈 내고 친구의 시간을 사는 기분도 듭니다.
물론 내 돈은 사장한테 가겠지만...
적다 보니 신나서 혼자 떠드는 오타쿠가 된 것 같네요.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거 아닐까요. 술 마시면서 겪은 일들과 미담 다 적으려면 이 원고지 다 쓸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의 좋은 경험과 기억, 추억들이 생기는데 안 좋아할 이유가 없네요.
이 취미 계속 유지하려면 돈이나 벌어야겠습니다.
그리고 큰일 났습니다. 술 생각하면서 헤실헤실 잔뜩 적었더니 싫어하는 걸 생각 안 했습니다. 나 뭐 싫어하냐...
좋아하는 건 맨날 끄집어내고, 싫어하는 건 슬슬 잊으려 하다 보니 시간은 다 돼 가고 기억은 안 나고.
제일 싫어하는 건 '예의 없는' 게 아닐까 싶네요.
당장 오늘... 그러니까 4시간쯤 전에. 학원 원장님께서 7세 아이에게 "00아 이거 해야지~"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뭐래요".
원장님께서 그건 친구에겐 해도 되지만 선생님껜 하면 안 된다고, '버릇없는' 말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7살은 괜찮습니다. 어른은 그러면 안 됩니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그건 버릇없는 말이야'라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둘 없어집니다. 그러니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수습도 스스로 해야 합니다. 이제는 나의 말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습니다.
"나잇값을 해"라는 말이 제일 어렵네요.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져야 하고, 아무도 고쳐주지 않으니 스스로 알아가야 합니다. 어려운 거란 거 모두가 압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노력합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함께 살아가려면 성숙해져야 합니다. 그 어려운 '나잇값'이란 걸 해내야만 합니다.
세상 모두가 이렇게 어려운 걸 해내려고 노력하는데, 본인만 안 하는 사람이 싫습니다. '예의 없는' 어른이 싫습니다. 자기 자신만 아는 사람이 싫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떠납니다. 곁에 두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떠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그건 버릇없는 말이야'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분명 아무 말 없이 저를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제는 저에게 '그건 잘못됐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고맙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저와 연을 끊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니까요.
적고 보니 저도 그냥 7살 하고 싶네요. 딱히 어른이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닌데...
그래도 술 마셔야 하니 어른으로 살겠습니다.
'나잇값'을 해야 하더라도 술은 잃을 수 없다.
(23.2매)2
1